[어린이책] 어디든 갈 수 있는 마법 빨간펜 … 상상력을 키워주는 그림동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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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머나먼 여행
에런 베커 그림
웅진주니어, 44쪽
1만2000원

그림만으로 이뤄진 ‘과묵한’ 책이다. 갈색 도시 소녀는 외롭고 심심했다. 친구들에게 ‘나도 같이 놀자’고 할 용기는 안 났고, 엄마는 전화하느라, 아빠는 일하느라 바빴다. 방구석에 또르르 굴러온 빨간펜으로 문을 그려 밖으로 나갔다. 조명등 켜진 숲을 지나 계곡 위에 빨간 쪽배 그려 타고 모험을 떠났다. 커다란 성을 지나 배가 폭포에서 떨어지자 급히 그린 열기구가 소녀를 구한다. 하늘 위 군사도시에서 보랏빛 새를 구해 탈출하려는데 빨간펜을 놓친다. 소녀는 새를 구해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빈 방에 앉아서도 펜 하나만 있으면 상상만으로 어디든 떠나 누구든 만날 수 있다. 그리하여 이 책은, 책에 대한, 이야기에 대한, 상상력에 대한 그림책이다. 글에 아직 갇히지 않은 아이들은 그림을 넘기며 어떤 상상을 펼칠까.

 미국어린이도서관협회에서 주는 아동문학상인 칼데콧 아너상의 올해 수상작이다. 칼데콧상이 으뜸상, 칼데콧 아너상이 버금상이다. 지은이 에런 베커는 대학 졸업 후 일본의 시골 마을, 아프리카 오지, 북유럽과 남태평양 등지를 여행한 뒤 이 첫 책을 구상했다. 한국판을 펴낸 웅진주니어는 유치원생부터 초등 2학년생까지를 대상으로 ‘머나먼 여행’ 이야기 공모 대회를 연다. 내년 1월 16일까지 상상력 뛰어난 응모작에 시상한다. 저자가 직접 심사에 참여한다.

권근영 기자 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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