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금수영씨 미발표 시 발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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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고 금수영씨의 미발표시가 발굴됐다.
목요시 동인들의 동인지 「목요시」에 수록된『미숙한 도적』이 그 시.
이 시는 모두 50행으로 술을 마신 어느밤의 이야기를 읊고 있는데 생활이 어려웠던 시인이 세상살이에 서툴렀던 자신을 그린 내용이다.
이시는 미국에 건너간 시인 박남수씨에게 고인이 이 시를 준것을 박씨가 목요시 동인의 한사람에게 보내와 발표되게됐다. 고인의 동생 금수오씨는 이 시를 근래나온 「금수영건진망의 개점판에 수록할 예정이다. 시의 내용은 「기진맥진하여서 술을마시고/기진맥진 하여서 주점을 하고/기진맥진하여 여관을찾아 들어갔다/옛날같이 낯선방이 무섭지도않고/더러운 침구가 마음을괴롭히지도 않는데/의치를빼어서 물에 담가놓고/드러누우니/마치 내가 임종하는 곳이 이러할 것이라는 생각이/불현둣이 든다/옆에 누운 친구가 내가 이를뺀/얼굴이 어린아이같다고 가가대소하며좋아한다/<중략>
기진맥진한 몸을 간신히 일으켜서/차가운 이를 건져서 끼고 따라서 내려간다/그중 끝에 방문을 열고보니 꺼먼사람이 셋이나 앉았다/얼굴을 분간할수도 없는데/술한병만이 방한가운데/광채를띠고 앉아있다/나는 의치를 빼어서 호주머니에 넣고 앉아/선뜻 인사를하고/음시를 한바탕 읊었더니 여간 좋아들 하지않는다/나이를 물어보기에 마흔여덟이라고 하니/그대로 고지듣는다/아침에 일어나서 나는 완전히/기진맥진 하였다/눈앞에 백태가 앉은 사람같이/보이는 것이 모두 몽롱하다/청했지 반시간만에 떠다주는 냉수를 한대접 마시고/계단을 내려와서/어젯밤에 술을 마시던 방을 들여다보니/이불도 베개도 타구하나 없이 깨끗하다/(한햄쉼) 『도적질을 하는것도 저렇게부지런하여야하는데 우리는 이게무어야, 삘리나가서 배들어오는것을 기다리세』/하고 친구가 서두른다/ 『그러니까 초년생도적이지』/하고 쑥쓰러운 대꾸를 하면서/기진맥진한 머리를 쉬일곳을/찾아서 친구의 뒤를 따라서 걸어나왔다/우리의 잔등위에서 『미열한 도적』이라는 글자가/씌어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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