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메달종목으로 밝은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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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이번 오비히로(대광)의 낭보(낭보)는 지난 79년 제30회 베를린 궁도 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이 세계정상에 뛰어올랐던 이래 두 번째의 경사라 할 수 있다.
더우기 여자 70m 더블라운드에서 김진호(6백29점) 박영숙(6백15점) 김미영(6백10점)이 나란히 세계최고기록을 경신하면서 저력을 보인 것은 한국여자 궁도의 우위를 입증한 쾌거인 셈이다.
국제 궁도 연맹(FITA)은 그 동안 세계선수권대회와 올림픽기록만을 공인기록으로 인정했으나 이번 대회의 기록을 공인 세계기록으로 인정함으로써 한국여자궁사들의 쾌거가 궁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됐다.
실상 한국여자 궁도는 이번 대회의 성격이 오는 11월 인도 아시안게임을 대비한 전초전이라는데서 아시아 강국임을 다시 한번 과시, 메달유망종목으로 밝은 전망을 보여주었다.
한국여자 궁도가 처음 주목을 끌기 시작한 것은 지난 72년 국제 궁도 연맹에 정식가입하고부터.
그후 지난 78년 아시안게임에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었으며 한국은 이 대회에 처녀출전, 김진호가 개인종합 1위를 마크하고 단체 2위를 차지해 북한을 누르면서 새로운 인기종목으로 부상할 수 있었다.
현재 국제 궁도 연맹에 가입한 국가 수는 모두 59개국.
지금까지 세계여자 궁도의 판도는 소련·폴란드 등 공산권과 미국·캐나다 등 북미권이 강세를 보였으며, 최근에는 중공과 일본 등도 강력한 라이벌로 부상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개인종합, 단체종합 등을 차례로 석권하면서 종합우승을 차지했다고 해서 세계정상을 넘보기는 아직 불투명하다.
지난해 이탈리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은 총점 7천4백42점을 기록, 1위 소련(7천4백55점)에 이어 준우승에 머물렀던 전과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대회를 계기로 여자 그늘에 가려있던 남자대표 팀이 세계수준에 육박, 메달가능성을 보인 것은 가장 두드러진 수확의 하나로 보여진다.
이 같은 한국 여자 궁도의 쾌거는 전용경기장 하나 따로 없는 오늘의 한국 궁도 현실로 미루어 더욱 값진 것이다.
전용경기장이라곤 다만 지난 79년 김진호가 베를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의 장거(장거)를 기념하여 건립한 경북 예천의 「예천진호(진호)궁도장」이 고작. 그나마 너무 협소한데다 교통이 불편해 실상 선수들이 활용하기엔 부적합하다.
그러다 보니 국가대표선수들의 연습장은 겨울에는 태릉수영장을, 여름엔 태릉스케이트장을 임시연습장으로 사용하고있는 실정이다.
연습장 뿐만 아니라 용구도 또한 수입품에만 의존하고 있는 딱한 실정. 활은 스웨덴이나 캐나다제를 수입해 쓰고있으며, 화살 또한 국산은 바람에 영향을 크게 받는 탓으로 그나마 이용할 수도 없다고.
현재 궁도 인구는 20만명(협회추산)이며 등록선수는 남자가 6백84명, 여자 6백64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한국스포츠가 모든 기록경기에서 세계수준과 현격한 차이를 보이면서도 궁도에서 두각을 보인 것은 궁도가 비교적 체격의 핸디캡이 없는 데다 집중력만을 요구, 한국인의 체질에 알맞는 종목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따라서 궁도는 오는 88년 서울올림픽과 86년 아시안게임에 대비,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을 세워 추진해 나간다면 메달유망종목으로 각광을 받을 공산이 짙다. <전진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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