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자살안내서」출판|판금여부 놓고 입씨름 한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파리=주원상 특파원】프랑스에서는 두 달 전 파리에서 출판된『자살, 그 방법』 이란 이색적인「자살안내서」를 놓고 독서 계는 물론 사회각분야에서 찬·반 논쟁이 한참 일고 있다.
알랭 모로 출판사가 펴낸 이 책은 자살의 역사, 자살예찬론자들의 실태 등 자살에 관한 모든 것을 다루고 있으며 고통 없이 편안하게 자살할 수 있는「최선」의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는 대목도 있다.
이 책이 시중에 나오자 많은 독자들이 명백한 범죄행위라고 출판사를 규탄하고 편집자 모로 씨를『죽음의 상인』『현대의「히틀러」』라고 몰아붙여 일부 서점들이 이 책의 판매를 거부하는 소동을 빚었다.
전국소비자보호연맹은 이 책의 판금조치를 관계당국에 청원했으며 의약품광고 규제협회에서도 이 책의 판매광고 등을 규제하라고 보건성에 요청했다.
이 같은 빗발치는 규제요청에 보건·법무·내무성 등 관계기관은 이 책의 판매에 대한 법적 규제 가능성 여부를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현행법상 살인·강간, 지나치게 의식적인 내용으로 청소년들에게 위해 로운 출판물이외에는 어떠한 서적의 출판이나 판매광고도 규제할 수 없게 돼 있기 때문.
게다가 프랑스의 펜클럽마저 직접적이건 간접적이건 출판과 저술의 절대적 자유에 국가가 간섭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으며 특히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의 권리를 국가가 규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정부의·개입을 강경하게 반대하고 있다.
또 이 책의 판매금지에 반대하는 일부 사회학자들도『자살은 죽을 자유와 권리의 문제와 직결되는 것으로 어디까지나 개인이 선택할 문제』라면서『자살에 관한 논쟁이나 출판이 자살을 조장한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편집자 자신도『죽음을 좋아할 사람이 없듯이 나도 자살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전제,『자살의 모든 것을 말함으로써 오히려 자살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는 특히 자신의 책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자살」자체에 초점을 두기보다『우리 모두가 쟁취해야 할 자유에 모아져야 한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각계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서도 이 문제의 책은 1판이 매진돼 이미 재판이 나왔고 지난 두 달 사이 모두 7천부가 팔리는 등 양호한 판매성적을 보이고 있어 찬반논쟁이 어떻게 결말날지 주목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