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또 하나의 인생(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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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3일(토) 하오 2시30분 서울출발. 성남∼광주∼이천∼장호원∼충주∼수안보∼문경새재∼점촌∼예천∼안동 도착. 1박.
▲4일(일)상오9시 출발. 영덕군 오보∼강구 도착은 낮 12시30분쯤. 포항까지 32㎞. 숙박비 절약을 위해 강구에서 여장을 풀고 하오에 포항을 갔다 온다.
▲5일(월)상오8시 강구에서 서울을 향해 출발. 도중에 안동댐을 구경.
오토바이 타기를 취미로 하는 유선열씨(44·서울세관 수입과 영화 검열실)는 지난 5일 연휴를 이용, 포항까지 다녀왔다. 틈만 나면 오토바이를 타고 일상의 틀을 벗어나기 14년. 이쯤 되면 그의「오토바이 도사」라는 별명에 수긍이 간다. 『대한민국 어디든지 세번쯤 가보았읍니다. 그러나 사람이건 땅이건 그대로 있는 것은 없었죠』 모든게 갈 때마다 달라진다는 얘기다.
유씨가 하는 일은 사무실에 앉아 국내로 수입되는 영화필름·비디오 테이프 등을 검열·검척하는 일이다.
평소 자신의 성격이 내성적이라고 생각은하지만, 틀에 박힌 직장생활 속에서 무언가 변화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과 문득 어디론가 뛰쳐나가고 싶은 욕망을 느끼곤 했었다. 그래서 시작한게 오토바이 타기였다. 지급은 돌아가시고 없는 부친과, 결혼한지 얼마 되지 않은 부인의 반대를 무릅쓰고 오토바이를 타기 시작한 68년 여름, 사람들은 그를 보고 『3년 안에 변신 아니면 귀신이 될거라』고 말렸다. 그러나 방 세개짜리 전세 집에 살면서 방 한칸을 전세로 내주고 그 돈으로 오토바이를 구입해 대청마루에 들여놓고서부터 유씨의 제2의 생활은 시작되었다.
『한참 때는 스피드도 내봤어요.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조심성이 생기죠. 멋으로나 단순한 혈기로 오토바이를 타는 것처럼 무모한 일은 없읍니다』
술을 마시고 오토바이를 타던 동료가 셋이나 사고를 당하는 걸보고 술도 끊었다. 그가 타는 오토바이는 일제 혼다 1백75㏄짜리. 시작한지 2년만인 70년에 구입, 지금까지 고락을 같이했다.
오토바이 나이로는 환갑이 다됐다. 그러나 12년 동안 언제나 타기 전날은 밤을 세워서라도 손질을 하다보니 완전분해·조립이 눈을 감고도 훤하다. 정도 들었고 또 무리만 하지 않으면 괜찮아서 바꿀 생각은 없다. 『인생은 곧 여행이라고들 합니다. 그러나 그 여행을 어떻게 해야하는가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읍니다』
요즘은 약초나 식물에 관심이 있어 승용차가 갈 수 없는 곳을 주로 찾아다니며 진귀한 종류를 찾는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함께 어울리는 동료들도 바뀌게 되는데 요즘은 채홍희씨(66)와 단짝이 됐다. 작고하신 부친과 나이가 같아 마치 부자지간 같은 기분이다. 젊었을 때 만주까지 가서 장사를 했다는 채씨에게 풍수지리나 지형의 변화를 설명 듣는 것도 큰 즐거움의 하나다. 『단순히 오토바이를 탄다는 것보다는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면서 무엇을 하느냐, 무엇을 보느냐, 무엇을 구하느냐에 따라 생활 폭이 달라집니다』
유씨의 경우도 수석채집, 사진촬영, 골동품 수집 등 안해 본 것이 없다. <김인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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