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사일러 "北 핵 가동 상태선 협상 진행할 수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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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사일러 미국 국무부 6자회담 특사는 30일 “북한이 (원자로 가동 및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등) 핵 활동을 중단(halt)하는 것이 진정성 있고 신뢰 가능한 대화의 조건”이라며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가동하는 상태에선 협상을 진행할 수 없다는 게 미국의 기본 원칙”이라고 못박았다. 아산정책연구원이 개최한 간담회에서다. 최근 미국이 6자회담 재개 문턱을 낮춘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는 가운데 “북한이 비핵화를 의제로만 올리면 회담이 재개될 수 있다는 것이냐”는 질문의 답이었다.

그는 “‘미국이 비핵화를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다’는 북한의 주장은 틀리다”며 협상 의지는 분명히 하면서도 “최근 수년간 북한의 핵실험 등 도발 사이클을 보면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있는지도 불분명하다”며 북한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북한 지도부 역시 비핵화의 이점에 대해 숙지하고 있다고 확신한다”며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북한에게 “색이 더 선명한 당근과 더 뾰족한 가시가 박힌 채찍을 제시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핵ㆍ경제 병진노선은 막다른 골목(deadend)이며, (비핵화라는) 비상구가 있을 뿐이라는 내용의 더 선명한 선택지를 제시해 북한의 행동을 촉구한다”는 것이다.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으로 백악관에서 약 3년 반 한반도담당 보좌관을 지낸 뒤 지난 8월 신임 6자회담 특사로 낙점된 그는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서 한ㆍ미공조를 강조했다. 지한파인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북핵 문제에서 한ㆍ미, 한ㆍ일 동맹 등 연합전선을 통해 통일된 목소리를 낼 것이고 통미봉남은 없다”고 말했다. 또 “한ㆍ미 양국 모두 북한과의 대화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지 않으나 진정성과 신뢰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하나”라고 했다.

사일러는 북한 인권문제와 비핵화 문제를 함께 다룰 것임도 분명히 했다. “이수용 외무상이든 강석주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든 북한의 누군가 전세계 어디의 문을 두드리더라도 비핵화와 인권문제를 피할 수 없음을 북한이 숙지해야 한다”며 “비핵화와 인권문제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유엔을 통한 뉴욕 채널 이외에서도 북한과 소통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다양한 방식으로 (북한과) 상호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올해 억류 미국인 석방 등을 위해 극비 방북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정보가 없다”고만 말했다. 그는 30일 서울을 떠나 중국ㆍ일본에서 관련 당국자들과 협의를 가질 예정이다.

전수진 기자 sujin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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