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의 작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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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어떤 대학에선 「학생둘이 흥미를 갖지 못한다」는 이유로 국어교육을 없앨 방침인 것같다. 과연 요즘 젊은이들이 고교과정만으로 국어를 터득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우선 ,고교의 국어경시는 수업시간에 나타난다. 고 1의 경우 l주일에 4시간. 영어가 6시간인데 비해 2시간이 적다.
거기다 국민학교 국어시간은 외국과 비교할 때 너무나 소홀하다.
1주일에 6∼7시간을 배우나 일본이 7∼9시간, 자유중국이 12∼14시간, 미국이 13∼15시간을 배우는 것에 비하면 국어에 대한 푸대접이 말이 아니다.
더구나 입학시험 문제가 거의 객관식 출제(OX식)라 그나마 국어실력을 발휘할 기회도 없다. 국어교육의 결과는 작문실력으로 나타나는데 그것이 봉쇄되는 것이다.
대학교수들은 대학생들의 논문작성을 볼 때『기본적으로 대학수업능력을 갗추었는지 의심할 정도』라고 개탄한다. 이런 마당에 대학국어교육을 폐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임이 자명하다.
모든 학문은 그것이 인문과학이건 자연과학이건 말과 글을 통해 연마된다.
프랑스 낭트대학의 경우 물리학 시험에서조차 문법이 틀린 답안은 일단 젖혀 놓는다.
한글은 곧 우리글이기 때문에 구태여 정성들여 교육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풍조의 결과가 지금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내가」와 「제가」, 「선생님이」와 「선생님께서」의 존대어초차 구별못하는 비교양적 어법이 활개를 치고있다.
TV에 출연한 인사들도 가끔 사회자와 「내가」를 연발하는 경우도 보는데 참 곤란한 애기다.
편지 한번 쓰자면 더욱 가관이다. 『보내온 편지에 단순히 답장하는 것은 편지가 아니라』는 말도 있다.
겨우 안부나 전하는 것으로 편지의 역할을 국한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하기야 펀지를 쓰기 싫어하는 풍조는 동서양이 마찬가지.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자위적인표현이 있고 『편지는 대개 싫증이 날때 쓰는데 편지 안쓰면 싫증도 없다』라는 역설적인 서양속담도 있다. 그러나 서양의 사상가들이 편지로써 사상을 교환하던 때도 있었다.「니체」,「릴케」, 「몽테스키의」등의 편지는 그것이 곧 걸작품이다.
우리 젊은이들이 대개 편지쓰기를 싫어하는 습성은 물론 템포가 빨라진 현대문명의 탓이겠으나 워낙 짧은 국어실력 때문에 자기의 생각을 충분히 차원높게 전개시킬 수가 없지 않기 때문인가 생각도 된다.
국어교육의 정상화는 서둘러 이룩돼야할 과제인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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