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역사에세이 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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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과 로마 제국은 역사상 크게 발전한 국가다. 현대자동차가 글로벌화·지속 성장을 하는데 있어서 두 제국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대졸 신입사원 채용을 진행 중인 현대자동차가 9일 역사 에세이 시험으로 출제한 문항이다. 수험생들은 대체로 “까다로웠다” “국사가 아니라 세계사 문제여서 당혹스러웠다”는 반응이었다. 일부는 “구체적인 역사 사실을 몰라도 서술이 가능했다”고 답했다.

현대차그룹 15개 계열사는 이날 서울과 부산·광주·전주 등 전국 5개 시험장에서 인적성 검사(HMAT)를 실시했다. 서류전형 합격자 2만여 명이 응시했다. 이번 HMAT 전형은 시중에 나와 있는 문제집과 다른 문항이 많아 수험생들이 상당히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이날 시험을 치른 김모씨는 “언어 영역은 난이도가 높았고 도형과 패턴 분석을 하는 ‘정보 추론’ 과목은 기존 문제집과 20% 정도만 비슷했다”며 “허를 찔렸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이번에도 이공계 지원자를 대상으로 한 필기시험에서 역사 에세이를 출제했다. 첫째 문항이 몽골·로마 제국에서 배우는 현대차의 글로벌 경영 시사점을 묻는 것이었다. 또 다른 문항은 ‘신사임당은 사후 100년 뒤에 유명해졌다. 이처럼 역사 속 인물 가운데 과소 평가된 사람은 누구인가’를 답하는 것이었다. 각각 700자씩 서술하는 문제였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원자의 역사관과 인문학적 깊이를 측정해 도전·창의·열정·협력·글로벌 마인드 등 그룹 인재상에 적합한 인재인지 평가하기 위한 것”이라며 “역사 에세이가 당락에 많은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지난해부터 ‘세종대왕이 과거 시험에 출제했던 현명한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 구별법이라는 문제를 자신이라면 어떻게 답하겠는가’ ‘고려·조선시대 인물 중 가장 존경하는 사람을 꼽고, 그 이유를 설명하라’ 같은 역사 문제를 출제하고 있다. 현대차는 하반기 2400여 명의 신입사원을 선발할 예정이다.

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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