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자까지 무대에 올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젊은 왕자로 하여금 유명한 세리프를 읊게 했던 「셰익스피어」작『햄릿』이 실험극운동을 꾸준히 펼쳐온 젊은 연극인들에 의해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공연되고 있다. (21일까지, 하오3시30분·7시, 장충동국립극장 소극장)
극단「76극장」과 연극기획·제작팀 예니가 공동 제작한『기국숙의 햄릿』이 그 작품. 「덴마크」왕가의 피에 물든 비극을 고전의상·청바지·평상복차림의 젊은이 70여명이 뒤엉켜 재현하는 실험적인 무대다.
2년 전부터 이 작품을 구상해왔다는 연출자 기국숙씨(30)는 지금은 없어진 신촌역 앞「76소극장」을 중심으로『관객모독』『순장』『음악이 끝났을 때』등 일련의 실험극을 발표해온 신예연출가.
관객의 자연스런 참여를 유도하려다가 간혹 지나친「해프닝」벌여『진지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던 기씨의 작품답게 이번 공연 역시 즉흥성과 현장성을 강조, 무대에 스태프와 캐스트가 모두 올라가 마치 최종리허설을 보는 느낌이다.
극이 진행되다가 잘못되면 연출자의 지시에 따라 다시 되풀이되기도 하고 70여명의 연기자의에 실물대의 마네킹 20여개, 연기효과까지 낸 총성과 폭죽 등이 동원되어 극적 분위기를 고조시키기도 했다.
무서운 음모와 그에 의해 뒤바뀌는 역사의 언저리를 무감각하게 맴도는 다수의 방관자에게 초점을 맞춰 오늘을 사는 우리를 되돌아보게 한다는게 기씨의 연출의도.
구성은 새롭지만「셰익스피어」의 원래 대사는 한마디의 첨삭없이 그대로 살린『기국서의 햄릿』에는 정재진(햄릿), 강능원(호레이쇼), 동광자(오필리어), 이길재(클로디어스)씨 등이 주요배역을 맡아 열연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