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사태의 새 국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소련을 비롯한 「바르샤바」 조약의 군대가「폴란드」에 개입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는 가운데「브레즈네프」 소련공산당 제1서기가 「체코」공산당대회 참석을 구실로 「프라하」 에 불쑥 나타나「폴란드」사태는 어떤 극적인 계기를 맞는 것이 아닌가 싶어 서방세계의 촉각이 곤두섰다.
「브레즈네프」의 방문으로 무게가 더해진 「체코」공산당 대회는무엇보다도「브레즈네프· 독트린」 의 정당성과 효력을 재확인 했다. 「브레즈네프·독트린」은 동구권의 나라가 사회주의 이념에서 이탈할 경우 소련이 무력 개입할 권리가 있다고 하는 다분히 독선적·일방적 주장이다. 「브레즈네프·독트린」이 68년처음「체코」에서실천에 옮겨진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소련언론의 「폴란드」 자유 노조운동에 대한 공격의 강화도「브레즈네프」의 행차, 「바르샤바」군의 개입준비 완료와 함께 주목을 받을만하다.
그것 역시「폴란드」개입을 목전에 둔 여론조작을 위한 것이 아닌가하고 의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장평화의 이치와 마찬가지로「개입준비완료」가 오히려 개인을 필요로 하는 사태의 방지를 위한 것이라는 일면이 있음을 간과할 수가 없다.
우선「폴란드」쪽을 보아도 자유노조운동의 지도층, 당·정부는 한결같이 소련군 개입만은 자초하지 말아야겠다는 자세를 저음부터 지켜왔다.
특히 자유노조는「폴란드」뿐 아니라 동구전체의 일반대중의 경향이 자유노조운동에 동조하는 방향이고, 따라서「시간은 우리편」이라는 여유있는 생각을 가지고 투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개이직전의 사태에서는 상당한 신축성을 갖고 있다는 조짐이 보인다. 그렇지 않았던들 소련개입은 이미 기정사실이 되어있을지도 모른다.
소련의 입장에서도 「폴란드」 개입을 원치않을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소련이 군사개입을 해도 「나토」 회원국들은 정치·경제 제재 정도로 보복을 제한할 수 밖에 없음을「크렘린」지도층은 계산하고 있을 것이다.
동시에「폴란드」 개인이 거의 자동적으로 「나토」권의 결속을 강화할 가능성을 소련지도층이 모를턱이 없다. 지금 미국과 서구의 동맹국들 간에는 크루즈 미사일과 중성자탄의 배치, GNP의 3%를 군사비로 지출하는 문제를 놓고 견해차가 심각한데, 「폴란드가 소련군의 침공을 받으면 그런 견해차가 단숨에 해소되고「나토」군이 소련을 상대로 행동통일을 할 가능성이 크게 높아지는 것이다.
그래서 소련과 그 형제국들은「소유즈81」기동훈련같은 것을 통하여 「폴란드」자유노조를 향해 무력 시위를 하고, 계속 개입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런 「엄포」 가 곧 개입자체로 연결된다고만 볼 수는 없다.
미국은 「나토」 결속과 서구방위의 점진적인 서구화, 그리고 대소강경 정책수행의 계기를「폴란드」에서 구하고있는 인상을 주고 있는데 그런 점에서「폴란드」사태는 미국을 오히려 실망시키는 쪽으로 기우는게 아닌가 싶다.
「브레즈네프」가 「프라하」에서 「폴란드」사태는 「폴란드」국민들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을 확신한다고 말한 것도「폴란드」사가 비개인 혹은 비개입쪽으로 수습될 조짐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서방선진국들은「폴란드」와 동구문제를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다룰 필요가 있다.
「폴란드」사태는「스탈린」주의에 대한 필연적인 안티체제라는 이데올로기적인 요소에 경제위기가 가세한데서 발단되었다. 미국과 서구는「폴란드」가 지고 있는 2백30억달러의 대서방채무, 「폴란드」가 요청하고 있는 현금차관 10억달러에 협조적·적극적인 자세를 취함으로써 「폴란드」를 안정시키는데 일조를 하는 것이 제2의 「체코」,「아프가니스탄」 사태를 꾀하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소련과「바르샤바」권은 말할 것 없고, 「나토」권 역시 소련의 「폴란드」침공에서 얻을 것이 없는 것이 확실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