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홀 또다른 복병 … 설치 30년 넘은 서울 5000㎞ 하수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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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에서 지난 4년간 발생한 싱크홀(가로 2m, 세로 2m 이상) 14건 중 상하수관 등 배관 누수로 인한 지반 침하는 모두 6건이었다. 특히 하수관 누수의 경우 그 지점을 찾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도시 싱크홀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21일 “누수로 인해 충적층(모래·자갈)이 쓸려가 싱크홀이 생기는 사례 중 하수관 누수는 특히 대응하기 힘들다”며 “수압이 센 상수도관은 누수 지점을 바로 찾을 수 있지만 수압이 약한 하수관은 누수 지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30여 년간 먹는 물, 즉 상수도 중심의 정책이 진행되면서 관심 밖에 있던 하수도의 노후화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동맥에 비유되는 상수관은 1984년부터 대대적으로 정비되면서 교체 대상 노후관 1만3668㎞ 중 1만3192㎞(96.5%)가 새 관으로 대체됐다. 하지만 대정맥인 하수관은 교체가 더뎠다. 서울시에서 관리하는 하수관 1만297㎞ 중 30년 이상 된 노후관이 전체의 48% 이상이다. 근 5000㎞에 달하는 하수관이 70년대에 설치된 것이란 얘기다.

 하수관은 최근 빗물 관리의 문제점과 지반 침하에 따른 싱크홀 가능성이 함께 부각되면서 논란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복대 우종태(건설환경디자인) 교수는 “빗물과 하수를 따로 관리하지 않고 하수관에 통합 관리하는 서울의 배수 시스템은 여러 가지로 취약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싱크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선 전문가들은 땅속에 대한 정보를 모은 토목지질공학도(땅속 지도)를 정밀하게 제작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서울시립대 이수곤(토목공학) 교수는 “98년 서울시 용역으로 7900곳을 시추 조사해 토목지질공학도를 만들었다”며 “석촌호수 인근과 여의도는 모래·자갈이 20m 정도 두껍게 쌓인 하천 지역으로 분류돼 싱크홀 발생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 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서울시는 수십 년 이어진 난개발로 지하에 하수관 등이 널려 있어 싱크홀 발생 위험성이 높은 도시”라며 “영국 등 선진국은 70년대부터 싱크홀 문제가 부각되며 땅속 지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강인식·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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