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연료봉 재처리 진행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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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8일 "이제는 8천여대의 폐(사용후)연료봉들에 대한 재처리 작업까지 마지막 단계에서 성과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지난 3월 초에 미국을 비롯한 유관국들에 중간통보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라크 전쟁은 전쟁을 막고 나라의 안전과 민족의 자주권을 수호하기 위해서는 오직 강력한 물리적 억제력이 있어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고 말해 다음주의 미.중 양국과의 3자회담에서 성과가 없으면 핵무기 개발로 나갈 수 있음을 시사했다.

북한은 이미 핵무기 개발의 마지막 단계인 고폭(高爆)실험까지 마친 만큼 핵 재처리를 통해 무기급 플루토늄을 다량 확보하면 사실상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게 된다.

미 국무부관리는 "내주 북.중.미 3자회담이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청와대 라종일(羅鍾一)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발언은 북한이 이미 핵연료봉을 재처리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면서 "그렇다면 중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羅보좌관은 그러나 "북한이 미국에 통지했다면 미국이 알고 있었을 텐데 우리는 그런 통보를 받은 기억이 없다"면서 "북한이 베이징 3자회담을 앞두고 협박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정부당국자는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재처리할 수 있는 단계까지 못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북한 발표는 협상용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조선반도의 핵문제 해결을 위한 조.미회담이 베이징에서 곧 열리게 된다"며 "이 회담에서 중국 측은 장소국으로서의 해당한 역할을 하고 핵문제의 해결과 관련한 본질적인 문제들은 조.미 쌍방 사이에 논의하게 된다"고 말해 베이징 회담이 북.미간 양자회담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대조선 정책을 대담하게 전환할 용의가 있다면 대화의 형식에 크게 구애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며 "이번 회담에서 미국의 의도를 확인해 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영종.강민석 기자

▶ 핵 재처리란=사용후 핵연료봉에서 화학 처리를 통해 무기급 플루토늄을 생산해내는 작업이다. 북한은 핵 재처리를 1985년에 착공해 일부를 완공한 영변의 방사화학실험실에서 하고 있다.

북한은 화학 처리를 위해 질산 등의 화학물질을 최근 몇년새 구입해 온 것으로 서방 정보기관은 추정하고 있다. 북한 주장대로 재처리가 완료단계에 있다면 북한은 무기급 플루토늄을 이미 상당량 확보, 핵무기 제조의 마지막 단계를 완성해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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