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가지 키워드로 풀어 본 디지털 창세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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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2호 26면

저자: 김홍탁 출판사: 중앙m&b 가격: 1만4800원

2010년 구글 크리에이티브 랩은 컨트리 뮤직의 대부 조니 캐시의 뮤직 비디오를 팬들이 직접 완성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첫 해에만 172개국 25만 명이 참여했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이 추모의 방식을 바꾸고, 추모 열기를 통해 기술이 홍보된 경우다.

『디지털 놀이터』

디지털 세상이 커뮤니케이션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과거 제한적 미디어 환경에서 TV광고 3편으로 국민 8할에 광고 효과를 미쳤다면, 디지털 미디어가 폭증하는 오늘날 같은 효과를 얻으려면 150편을 제작해야 한다.

지난 소치 올림픽 때 김연아를 내세운 ‘E1’ 광고 사태는 디지털 시대 소비자의 변화를 대변한다. “너는 김연아가 아니다. 너는 한 명의 대한민국이다”라는 철지난 애국심 마케팅에 네티즌은 “너는 대한민국이 아니다”라는 패러디로 대응했고, E1 광고는 즉시 중단됐다. 지난 한 세기 동안 메시지 주입을 강요당해온 소비자들이 공론의 장으로 뛰쳐나온 것이다.

이렇게 변화한 소비자를 사로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국내 최고의 디지털·글로벌 마케팅 전문가인 저자는 그 해답을 찾기 위한 공식을 10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2003년 BMW의 ‘무버셜’ 캠페인을 커뮤니케이션계 디지털 플랫폼 형성의 기점으로 보고 2013년까지 10년간의 변화를 분석한 것이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했다면, ‘디지털 창세기’에 창조된 건 유튜브와 SNS, 모바일기기다. 이들 디지털 세상의 플랫폼은 기존의 일방적이고 수직적인 소통 방식을 거부한다. 과거의 광고가 소비자 인식을 바꾸는 포지셔닝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어떻게 소비자와 함께 스토리를 써나갈 것인가’다. 모든 플랫폼이 사람들이 스스로 참여해서 느끼고 가치를 스스로 퍼뜨리는 ‘놀이터’가 됐다는 얘기다.

친환경 자동차 기술을 홍보하기 위해 이제는 아무도 ‘이산화탄소를 줄인다’는 직설법을 사용하지 않는다. 에스컬레이터 옆 계단을 피아노 건반으로 바꾼 메타포로 소비자 생활의 한가운데에 ‘놀이터’를 만들어주고 콘텐트 자체에 스스로 퍼져나갈 힘을 부여하는 것이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2008년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가 승리할 수 있었던 건 유대인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5분짜리 동영상 ‘위대한 고행’ 캠페인 덕이었다. 보수적인 노인들의 정치색을 바꾸기 위해 손자손녀들을 움직인 이 캠페인의 성공은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기꺼이 행동하는 유튜브 세대의 속성을 간파한 참여형 마케팅의 승리였다. 디지털 세상을 주도하는 것은 소수의 권력자가 아니라 따로 떨어져 있지만 연결된 다수다. 마케팅 또한 평범한 이들의 삶을 파고들어야 하는 것이다.

저자가 제시한 10가지 키워드는 결국 ‘참여’와 ‘공유’로 요약된다. 그렇다면 소비자는 대체 무엇을 위해 참여하고 공유할까?

“칸 광고제에서 상 받는 것이 목표라면 우리 회사에 잘못 왔다. 우리의 목표는 노벨 평화상”이라는 구글 크리에이티브 수석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로버트 왕의 말에 함축된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의 목표는 인간의 진정성에 기반한 ‘공유가치’ 창출이다. ‘자살 다리’ 마포대교를 ‘생명의 다리’로 전환시킨 제일기획 캠페인이 사람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디지털 기술로 친구처럼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을 만들었듯, 디지털 세상이 추구하는 것은 아날로그적 인간애라는 역설이다. 디지털 시대, 변화한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한 해답이 사람과 환경, 세상에 대한 진실된 사랑과 관심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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