둑 터진 듯 작렬한 선린 타선 부산상 마운드를 초토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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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너무나 어이없는 승부였다. 선린상의 타선은 마치 둑이 터지듯 쏟아졌고 그렇게 호투했던 장신에이스 윤학길이 걷잡을 수 없이 터질 수가 없었다. 이래서 고교야구는 이변성이 있다고나 할까.
승부의 고비는 첫회부터였다. 부산상이 1회초 2사주자 1, 2루의 찬스를 놓쳐버린 반면 선린상은 부산상 투수 윤학길이 미끄러지는 악운에 행운의 2점을 뽑아냈다.
부산상은 1회초 1사후 2번 김관용이 선린상 선발 윤석환으로부터 사구를 고른 후 3번 김이수가 범타로 물러났으나 4번 방기정이 좌전안타로 후속, 2사주자 1, 2루를 맞았으나 5번 윤학길이 불발, 기회를 놓쳤다.
반면 선린상은 1회말 1번 박노준이 부산상 선발 윤학길로부터 사구를 고르고 2번 유지홍이 보내기번트를 했을 때 윤학길이 우익선상을 흐르는 볼을 성급하게 잡으려다 미끄러졌고 또 급하게 일어나 던진 것이 악송구되어 무사주자 2, 3루의 찬스를 맞았다.
이 호기(호기)에서 3번 이정철이 우익수 옆에 떨어지는 깨끗한 적시타를 날려 주자를 일소, 2점을 선취했다.
선린상의 타선은 계속 불을 뿜어 2회말에도 7번 김건우가 역시 사구를 고르고 이어 8번 김태연의 보내기번트로 2루에 진출하자 9번 김종호가 좌전안타로 후속, 1사주자 l, 3루의 찬스를 또다시 맞았다.
이때 1번 박노준이 유격수 앞 땅볼로 김건우를 홈에 불러들여 1점을 추가해 쾌속항진을 계속했으며 2번 유지홍도 이에 뒤질세라 적시타를 터뜨려 또 1점을 보탰다.
부산상은 윤학길이 난조에 빠지자 이동완을 릴리프로 마운드에 세웠다.
그러나 이동완도 4번 윤석환에게 좌중간 2루타를 맞았고 5번 조영일에게 사구를 허용, 무사주자 1, 2루의 찬스를 주었다.
부산상은 이동완마저 흔들리자 다시 윤학길을 마운드에 세웠으나 8번 김태연이 친 평범한 땅볼이 바운드 되어 부산상 유격수 김관용이 어이없이 빠뜨려 2점을 또다시 헌상, 6-0으로 크게 뒤져 재기할 수 없이 허덕였다.
초반에 물경 6점이나 빼앗긴 부산상의 마운드는 걷잡을 수 없이 무너졌다.
선린상은 5회에 6번 정선채의 3루타로 2점을 뽑고 6회말에 또 2안타로 3점을 빼내 승리보다는 선린상이 몇점이나 더 얻느냐는 것이 관심이 되는 고교야구 결승전사상 어처구니없는 해프닝이 일어났다.

<승운을 탄 것 같다>
▲선린상고 박용진 감독의 말=초반에 대량득점 한 것이 승기를 잡았다.
확실히 큰 운(운)을 탄 것으로 생각하고 싶다.
부산상 마운드가 그렇게 힘없이 무너질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물론 우리선수들이 결연한 의지와 투지로 필승을 다짐하며 경기에 전력을 쏟은 결과라고 보며 다만 기쁠 뿐이다.

<어처구니없는 한판>
▲부산상고 성기영 감독의 말=어이가 없다. 마치 꿈을 꾸고있는 듯한 기분이다.
과연 이럴 수가 있는가. 누구를 탓할 수도 없고 선수들이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을 것 같아 안타깝다.
더 이상 할 얘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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