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선도의 조카 지암의 가사 『일민가』는 10년전 발견된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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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학계에는 총총 새로운 발견에 대한 개운찮은 뒷소문이 따르곤하여 아연실색케 한다. 지난 11일 모일간지에 보도된 『윤선도의 손자 지암 윤이후의 「일민가」발견』 도 그 한 사례. 이을호(광주박물관장) 박요순 (숭전대교수) 양씨에 의해 국문학상의 굉장한 자료라고 소개된 이 옛 가사는 이미 10년전부터 알려져 수차 그 내용이 발표돼 왔다고 안양공전김갑기강사 (국어국문학회간사)가 본사에 관계자료를 보내왔다.
◇…그 사연인즉 현 충남대교수로 68년 당시 동대대학원에 재학중이던 구수영씨는 「일민가」를 발굴, 그해 7월30일자 「동대신문」에 처음 그 내용을 발표했었다. 구씨는 그것을 석사학위 논문으로 다루었을 뿐 아니라 「동악어문논집」제7집(17년·간동대)에 지암의 전기와 「일민가」의 상세한 내용 및 윤고산 문학의 영향등을 밝혀 소개했다.
지암은 17세기 숙종 때 선비로 해남윤씨 종가에서 간수해 오는 「지암일기」 가운데 그 「일민가」가 수록돼 있다. 이 종가 소장의 책자들은 68년에 조사돼 고화첩과 고산수적 등 일부가 보물로 지정되기도 했다.
◇…근래 국학 연구열이 고조됨에 따라 묻혀있던 자료들을 각 방면으로 찾아내는 작업이 한창이다. 그 중엔 뜻밖의 귀한 자료도 있지만 간혹 새로운 평가를 통해 새삼 각광 받는 경우도 없지 않다.
그러나 갑자기 이런 작업이 「붐」을 이루다보니 때때로 「난센스」를 빚는 것은 부득이한 과도적 현상이라 할까. 개개인이 모든 논문을「체크」하기 어려운 일이고, 또 도서관에「카드」가 완비돼 있거나 관계 목록집이 출판돼 있는 처지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학문을 하는 자세로서는 역시 성급한 실적주의요, 「실수」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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