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현장] 전립샘암 환자 성(性)재활에도 관심 가져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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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수 원장

요즘 진료실에선 전립샘암 환자를 종종 만난다. 남성 암 중에 발생빈도가 10위권에서 5위로 급등했으니 필자가 수련을 받던 1980년대 초에 비하면 엄청난 증가세다. 다행히 전립샘암은 진행이 느리고 수술기법도 좋아져 다른 암에 비해 생존율이 매우 높다. 특히 전립선 특이항원을 이용한 혈액검사(PSA)로 전립샘암에 의한 사망률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암 덩어리가 생기기 전에 조기진단·치료가 쉬워진 것이다. 하지만 환자 대부분은 암에서 해방되는 동시에 또 다른 문제로 고통받는다. 성생활의 트러블이 그것이다.

 전립샘 주변에는 신경과 혈관이 무수히 많다. 명주실처럼 가는 신경이 얽혀 있으니 수술을 아무리 정교하게 해도 신경과 조직 손상이 불가피하게 발생한다.

 비뇨기과 의사는 수술 후 성기능을 보전하고자 많은 노력을 한다. 최근에는 신경보존수술법이 발달하고, 복강경수술이나 로봇수술의 등장으로 성기능이 유지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또 발기부전 치료제의 도움으로 성기능을 회복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도 일부에서는 성기능이 되돌아오지 않아 병원을 다시 찾는 환자가 드물지 않다.

 얼마 전 음경보형물 수술을 받은 50대 초반의 K씨도 그런 환자다. 2년 전 그는 소변 줄기가 약하고 소변보기가 불편하다며 필자를 찾아왔다. 전립선비대증 소견이 있어 검사를 하던 중 PSA 수치가 높아 조직검사를 했다. 결과는 전립샘암이었다. 그는 대학병원에서 로봇수술을 받고 건강하게 퇴원했다. 그런데 발기가 안 되는 것이었다. 수술 후 일 년 반이 넘도록 기다렸지만 전혀 회복할 기미가 없자 필자를 다시 찾아왔다. K씨는 발기부전 치료제의 효과를 볼 수 없었다. 그에게 발기유발 주사제를 처방했다. 그는 효과가 있었지만 매번 주사 맞는 번거로움이 싫다며 결국 수술을 원했다.

 음경보형물은 최후의 선택일 수 있다. 수술 이외에 다른 치료법이 없을 때 의사와 상의 후에 결정한다. 그는 친구들과 사우나를 가도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모습을 원했다. 최근에 나온 ‘세 조각 팽창형 임플란트’는 길이뿐 아니라 둘레도 함께 커져 자연스럽다. 세 조각형은 실린더와 펌프, 액체 저장고로 구성된 임플란트를 몸에 심어 필요시 기능을 작동케 하는 보형물이다. 전립샘암 환자를 위해선 이제 암의 치료뿐 아니라 삶의 질을 고려한 재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이윤수조성완비뇨기과 이윤수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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