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프라이터」 「키」 두드리는 소리잡아 소서 미대사관을 도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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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모스크바」의 미국대사관을 소련이 도청하다가 발각된 사실에 대해 「런던」의 정보 소식통들은 「흔히 있는 일」이라고 담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모스크바」주재 영국대사 「하워드·스미드」 경은 자기 침실조차도 도청 당하고 있다고 믿고 부인과 침대에서 대화를 할때도 아예 육성을 피하고 「메모」로 한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도청은 이제 외교관생활의 필연적 일부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디언」지는 미국은 백악관의 잔디밭, 소련은 「크렘린」의 정원 정도가 아마 도청당하지 않고 밀담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일지 모른다고 보도하고 있다.
따라서 최근에 발각된 미국가안보처 (NSA)의 한국외교통신 도청사건도 『어떻게 그럴 수가…』와 같은 차원에서 대처하는 것은 천진스런 태도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이번 「모스크바」주재 미국 대사관 도청사건은 새로운 방법의 출현이라는 점에서 정보계에 흥미를 끌고있다.
「런던」의 정보소식통에 따르면 이번의 도청방법은 방안에서 치는 「타이프라이터」의 자모판의 「키」를 두드리는 소리를 탐지해서 그 내용을 재구성하는 정교한 것일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벽에 장치된 정교한 음향탐지장치를 깃점으로 볼때 「타이프라이터」의 각「키」의 위치는 모두 다르기 때문에 「키」를 두드리는 소리가 음향탐지기에 가하는 진동의 파장은 각각 다르다. 이 파장을 정리하면 「알파벳」 26대가 모두 다른 파장으로 기록될 수 있다.
다음은 어느 파장이 어느 글자로 뜻하느냐만 판단하면 되는데 이것은 탐정소설가 「에드거·앨런·포」가 그의 작품에서 설명했듯이 「알파벳」이 영어?어에 등장하는 빈도의 순위를 매김으로써 쉽게 알아낼 수 있다.
따라서 타자기소리의 파장을 「컴퓨터」에 연결하면 미국대사관 타자기가 문서를 찍는 것과 거의 같은 시간에 소련비밀경찰(KGB) 타자기에 똑같은 문서가 찍히도록 되어있는 것이다.
소리안나는 타자기를 사용할 수도 있지만 이럴 경우도 도청이 가능하다고 한다.
결국 도청을 막는 것은 피차에 거의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번 사건에서 한가지 수수께꺼는 미국정부가 어째서 이때에 소련의 도청사실을 공개했느냐는 점이다.
상대방이 도청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이를계속 비밀로 하고 그 「채널」을 미국측에서 역이용, 흑색선전을 공급해주면 최상의 정보효과를 거둘 수가 있다는 것은 정보 분야의 장식에 속한다.
그런데 미국이 이번 사건을 1주일만에 공개해버린 이유가 무엇인자가 궁금하다고 이곳 정보소식통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아프리카」문제를 놓고 미소간의 관계가 계속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소련의 「이미지」에 강타를 가하려 했는지도 모른다고 이곳 신문들은 점치고 있다.
【런던=장두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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