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로 쪼갠' 한인타운 '하나로'…한인 정치력 신장·지위 격상

미주중앙

입력

LA한인타운 선거구 재조정 문제를 둘러싼 법정공방이 오는 9월 9일 시작된다. 소송은 선거구 단일화를 요구하는 한인 단체들이 LA시정부를 상대로 2012년 8월 제기한 것이다. 현재 한인타운은 LA시의원 선거에서 10지구와 13지구로 양분된 상태다. 한인단체들이 소송도 불사하며 '단일화'를 요구하는 이유는 전국적인 상징성을 갖고 있는 LA한인사회의 정치 역량 극대화를 위해서다. 단결된 표심을 통해 목소리를 높일 수 있고 한인 시의원 배출이라는 목적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구 재조정 소송의 쟁점과 판결 전망 등을 알아본다.

◆소송의 쟁점은 무엇인가

한인타운을 양분해 놓음으로써 한인타운이 결집된 표심을 행사할 권한을 박탈했다는 것이 원고측이 밝힌 소송의 가장 큰 이유다. 한미연합회의 그레이스 유 사무국장은 "한인타운이 10지구와 13지구로 분리됨으로써 한인타운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시의원 선출 기회를 박탈당한 셈"이라며 "이로 인해 한인타운이 마땅히 받아야 할 기본적인 서비스나 프로그램, 그리고 기반시설 확충을 위한 기금 확보도 어렵게 됐다"고 주장했다.

한인단체들을 위해 무료 변론은 맡고 있는 에이킨검프 로펌 측은 법리적으로 소송의 쟁점을 크게 3가지로 보고 있다. 첫째, LA시가 연방 헌법의 평등보호조항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즉, 한인타운 절반을 10지구에 포함시킨 것은 선거구 재조정 원칙을 무시한 채 특정 인종 유권자만을 고려해 취한 조치라는 주장이다. 둘째, '실현 가능한' 선거구 재조정 지도를 제출했음에도 한인타운을 둘로 갈라 경계를 훼손했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선거구 재조정에 대한 주민투표를 허용하지 않아 가주 헌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에이킨검프 로펌의 김형순 변호사는 "선거구재조정위원회 커미셔너들이 밀실회의를 갖고 단일화된 한인타운을 13지구로 편입시킬 것을 요구한 한인사회의 의견을 의도적으로 무시한 것은 연방법을 어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는 첫 판결이 약 한 달 정도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항소가 이어질 경우, 최종 판결까지는 약 5년 정도 걸릴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재조정되면 한인사회가 무엇을 얻는가

한인사회는 한인타운이 모두 13지구에 유입되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나의 선거구에 묶이면, 그만큼 한인 시의원이 탄생할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한인 시의원이 한인사회의 공공이익을 위해 앞장 설 것은 당연하다.

선거구 13지구로 단일화 돼야 표심 결집
한국계 시의원 탄생.각종 현안 해결 가능

하지만 이번 소송의 핵심은 LA시가 커뮤니티(한인커뮤니티) 보다 인종을 선택한 데 있다는 게 유 국장의 주장이다.

LA시가 1개 선거구에서 흑인 유권자 수를 늘리려는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10지구의 경계선을 설정했다는 것. 이 과정에서 다양한 인종이 살고 있는 한인타운을 분리했을 뿐만 아니라 10지구의 흑인 유권자 확대를 위해 8지구와 9지구의 일부도 10지구로 편입시켰다는 것이다. 흑인인 허브 웨슨 시의장이 관할하는 10지구의 흑인 비율은 종전 36.8%에서 43.1%로 높아졌다.

특히, LA시의 아시안 거주인구는 11%로, 흑인(9%)보다 많지만 아시안 선거구를 지정하지 않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지적이다.

유 국장은 "한인타운의 올림픽 경찰서가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개장한 것처럼, 한 커뮤니티의 특별한 필요를 위해 하나로 묶는 건 괜찮지만 인종을 근거로 선거구를 하나로 묶는 것은 위법이다. 이번 소송의 쟁점 중 하나는 LA시가 다른 인종을 하나의 선거구로 묶었기 때문에 한인타운이 둘로 쪼개졌다는 것이다. 10지구로 남아있을 경우, 한인타운은 선거자금을 모아주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웨슨 시의장 측은 이와 관련, 본지와 통화에서 "소송이 진행중이기 때문에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소송 제기 배경

소송의 원고는 피터 리, 박미리, 샘 박, 지니 김, 홍연아 씨 등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한인 5명이다. 이들은 지난 2012년 8월 31일 LA연방법원에 그해 2월 시의회가 내린 선거구 재조정 결정을 무효화 해달라는 내용의 소장을 제출했다. 소송을 대리한 에이킨검프 로펌의 김형순 변호사는 "LA 시의회가 한인 커뮤니티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편법으로 선거구 재조정 절차를 진행했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소송 이유를 밝혔다. 시의회에서 승인한 지도와 그 지도 작성 과정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것이 원고 측의 주장이다. 김 변호사는 또 "흑인 유권자 비율을 높이기 위해 10지구의 선거구를 확대한 행위는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했다.

유 한미연합회 사무국장은 "자칫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해 원고에 비즈니스 업주는 한명도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한국어가 주 언어로 쓰여지는 한인타운이 하나의 선거구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LA타임스도 사설을 통해 "한인타운은 1970년대 이후 엄청난 발전을 거듭했음에도 선거구 재조정 위원회에서는 한인타운이 마치 새로 탄생한 것처럼 취급했다. 한인타운에 자신들을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을 선출할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면서 "이번 선거구 재조정은 밀실회의 끝에 나온 것"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선거구 재조정이란

LA시는 인구 변동을 반영하기 위해 10년마다 시의회 선거구 경계를 새로 정해진다. 선거구 재조정 위원회에서는 선거구 재조정 계획안을 채택해 시의회에 제출한다.

현재 연방하원, 주상원과 하원 그리고 LA카운티 선거에서는 한인타운이 하나의 선거구로 단일화 돼 있지만 LA시에서는 한인타운이 2개로 갈라졌다. 법률상 언어가 같은 한 커뮤니티의 필요가 있다면, 선거구를 하나로 넣을 수 있다(단, 영어와 스패니시는 제외).

원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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