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5도 왕래 트집 잡을지도|북괴의「군사수역」이 뜻하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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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괴가 2백 해리 경제수역 발효와 더불어 설정한 해상군사경계선은 국제법상 허용될 수 없는 일방적인 군사수역이며 따라서 53년 휴전이후 유지돼온 한반도의 현상에 대한 가장 심각한 도전의 하나로 간주된다. 북괴는 해상군사경계선 설정 이유가 『경제수역을 보호하며 민족이익과 자주권을 군사적으로 철저하게 지키려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해상군사경계선은 「수상·수중 또는 공중의 모든 외국인선박·항공기 등의 활동을 금지하고 민간선박과 민간비행기는 북괴의 사전협의 또는 승인을 받도록」하고있어 「공해상의 통행자유 원칙」에도 어긋난다.
이미 북괴는 해상군사 경계선과 같은 50해리 안전 경비 수역을 멋대로 실시해왔다.
지난 75년 9월 일본어선 「쇼오세이 마루」(송생구)가 북괴연안의 공해상에서 어로작업 중 총격을 받아 어부 2명이 사망한 적이 있다. 이때 북괴는 「쇼오세이 마루」가 『군사경계선」을 침범했다』고 주장했었다.
북괴는 일본측의 강력한 항의로 유감을 표시하고 배상금 지불을 제의, 후퇴한 일이 있다.
북괴는 지난 1월 「구노·쥬우지」(구야충치)일본의원 연맹회장이 북괴를 방문했을 때「안전 경비 수역」을 실시중이며 이의 사후법제화를 검토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북괴는 2백 해리 경제수역 실시를 기화로 지금까지 부당하게 적용하고 있던 안전경비 수역을 기정 사실화하기 위해 해상군사경계선을 선포한 것 같다.
해상군사경계선은 해양국제법에 의해 인정될 수 없는 일종의 군사 수역이다. 해양법 회의에서도 영해12해리 밖에 따로 12해리의 접속 수역을 인정한다는 입장이 등장하고 있으나 이것은 군사 수역은 아니다.
북괴의 이번 해상군사경계선과 비슷한 선례로는 중공의 해상 경계 수역이 있다.
중공은 요동반도와 산동 반도사이의 수역 및 연안일대에 30∼50「마일」의 해상경계선을 설치, 그 지역을 자기들의 「내해」라고 주장했다. 일본은 중공과의 국교정상화 과정에서 중공의 경제수역을 명목적으로 인정하지 않으나 실제적으로 양해한다는 입장을 취하여 일본어선의 출어를 금지 시켰다.
이번 북괴의 해상군사경계선은 적절한 협의 과정 없이 무력으로 강행 실시될 경우 주변국과의 긴장을 야기시킬 구실이 된다. 특히 북괴의 조치가 한국을 겨냥 한 것이 틀림없기 때문에 서해 5도 및 동해어로문제를 싸고 분규가 빈발할 가능성이 있다.
백령·대청·소청·연평·우도 등 서해 5도는 휴전협정 2조13항B 규정에 의해「유엔」군사의 관할 하에 있고 「상대방은 각기 통제하에 있는 육지의 해변을 존중해야 한다」고 되어있다.
북괴가 서해5도 주변의 수역을 해상 군사 경계선 속에 포함시키는 경우 이 도서들에 대한민간항로는 물론 휴전협정조문 자체까지 부인될 우려가 있다.
이미 북괴는 73년12월 서해5도 주변 수역을 자기네 영해라고 주장·민간항로를 봉쇄하겠다는 등 긴장을 조성한 바 있다. 북괴가 동해의 군사경계선을 50해리로 획정한 것은 소련함대의 통행을 방해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식한 조치인 것 같으며 서해 2백 해리는 중공과의 중간선을 택할 경우 50∼60해리가 될 것으로 추정해 획정한 것 같다는 관측이다.
북괴는 군사경계선을 설정함으로써 미국함정 등에 의한 봉쇄·정보활동을 못하게 하려하는 것 같다. 아직 북괴의 해상군사경계선이 어떻게 적용되는 것인지 구체적인 내용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북괴의 의도는 서해5도 및 동해어로문제에 대한 그들의 대응방식에서 좀더 분명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김형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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