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서 '서울 찬가' 5년 반 만에 울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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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수

올 시즌 첫 번째 수퍼매치(수원-서울 라이벌전)에서 FC 서울이 웃었다.

 서울은 2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K리그 클래식(1부리그) 10라운드 원정경기에서 후반 32분 터진 에스쿠데로의 결승골로 수원 삼성에 1-0 승리를 챙겼다. 최근 정규리그에서 부진했던 서울은 2승째(3무5패, 승점 9)를 올리며 분위기 전환의 발판을 마련했다. 또한 2008년 10월 29일(1-0 승) 이후 한 번도 빅 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 애칭)에서 이긴 적 없었던 서울은 지긋지긋한 수원 원정 징크스도 털어냈다. 서울 최용수 감독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맞수’ 수원 서정원 감독과 대결에서도 3승1무1패로 우세를 이어갔다.

 많은 이목이 집중된 수퍼매치였지만 경기 내용은 밋밋했다. 두 팀 모두 마무리가 부실했다. 어이없는 실수가 많았고 마지막 패스는 세밀하지 못했다. 경기장 분위기도 예전만 못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애도의 의미로 장내외 이벤트가 중단됐고 양 팀 응원단도 서포팅을 자제했다. 경기 전부터 비가 내리는 등 날씨도 도와주지 않았다. 그래도 이날 관중은 2만9318명으로 지난해 11월 2만5761명(서울 월드컵경기장)보다 많았다.

 최용수 감독의 교체 카드가 빛을 발했다. 최 감독은 후반 9분 발 빠르고 돌파력 좋은 에스쿠데로를 투입했다. 두 번째 교체 타이밍도 적절했다. 사실 후반 초반부터 흐름은 조금씩 수원 쪽으로 기울었다. 최근 3일 간격으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와 정규리그를 소화한 서울 선수들의 발이 눈에 띄게 무거워졌다. 최 감독은 후반 30분 강승조를 빼고 수비력 좋은 최현태를 넣었고 얼마 후 골이 터졌다. 후반 32분, 서울 고명진의 스루 패스를 받은 김치우가 상대 왼쪽을 돌파해 낮은 크로스를 내줬고 달려들던 에스쿠데로가 오른발 슛을 날렸다. 볼은 수원 수비수 헤이네르를 맞고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 전까지 1명도 교체하지 않던 서정원 감독은 실점 후 배기종·로저·조지훈을 잇따라 투입했지만 동점골은 나오지 않았다. 최 감독은 “후반에 승부를 걸어보겠다는 생각이었다. 에스쿠데로가 교체로 들어가 좋은 결과물을 가지고 왔다. 오늘 이후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수원=윤태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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