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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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예선을 거쳐 선 자들 손에 넘어 온 작품은 2백여 편이었다.
그중 최종 후보작에까지 올랐던 작품은『겨울 과수밭에서』(김기종),『어항단면도』(박순신),「전신주』(차의섭),『공항』(손 순)의 4편이었다.
『겨울 과수밭에서』를 당선작으로 선정한 이유는 첫째 투철하고 선명한 주제의식, 둘째로는 그 주제의식을 완전히 자기의 무르익은 언어로써 즉 주체적으로 파악, 표현해 보인 점이라 하겠다. 흔히 대부분의 투고자에게서 볼 수 있는 조잡한 성급함이 가셔져 있다.
차분히 가라앉은 투명한 시심.
이것은 아마도 그가 상당한 습작기를 두고 줄기찬 세련과 연마의 은공을 쌓아 온 덕택이 아닐까 싶다. 요컨대 그는 신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자질과 응분의 역량을 지녔다. 또 앞으로도 시를 꾸준히 계속해 쓸 만한 저력이 엿보인다. 때문에 선 자 두 사람은 그를 당선자로 미는 데에 완전히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다른 3편의 후보작에 대해서는 모두 일장일단이 뚜렷해서 당선권엔 들 수가 없었지만 가일 층의 분발과 노력이 있기를 당부하고 싶다.
끝으로 응모작 일반에서 흔히 보이는 통폐 몇 가지만 지적해 두려 한다.
①사상의 주체적인 파악 력이 아쉽다. 주제의식이 박약하다는 의미다. ②언론표현 면에 설익은 유행성을 볼 수 있다. 들떠 있거나 모호한 조사는 미숙의 소치임을 명심해야 한다. ③대체로 서정에만 머물러 있지 사물의 본질을 형상화 해보려는 노력이 드물었다. ④설화 풍의「발라드」라고나 할 만한 작품들이 꽤 많은데 이런 취향의 작품일수록 실은 대가의 솜씨를 필요로 하는 게 아닐까?
박희진 성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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