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ll Kill Kill … 백인우월주의자 총기 난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프레이저 글렌 크로스

‘KKK의 망령’이 미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캔자스주 오버랜드 파크시의 유대인 공동체 2곳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 용의자가 백인우월주의 비밀결사인 KKK단의 전직 간부 프레이저 글렌 크로스(73)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크로스는 30여 년 전부터 열혈 KKK 단원이었다. 1980년대 KKK 캐롤라이나 지부를 창설하고 운영했다. 87년엔 불법무장단체를 운영한 혐의로 전국적 수배를 받았고, 무기소지와 암살 혐의 등으로 3년간 투옥되기도 했다.

 크로스는 이후 인종차별주의 활동을 계속 벌이면서 극단적인 반유대주의자로 변신했다. 사건 당일은 유대인 최대 축제인 유월절 전날이었다. 크로스는 범행 당시 사람들에게 유대인인지 물어본 뒤 방아쇠를 당겼다. 고교 가창대회를 보러 왔던 외할아버지와 손자, 양로원의 어머니를 정기적으로 방문하던 50대 여성 등 3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모두 유대인이 아니었다.

 KKK는 남북전쟁 직후인 1865년 백인들의 지배권 회복을 목표로 창설돼 1925년엔 조직원 수가 400만 명으로까지 늘어났다. 흰 복면을 쓰고 무리 지어 다니면서 흑인과 흑인해방운동을 지지하는 백인들에게 무자비한 테러와 방화를 일삼아 미국 사회를 공포에 떨게 했다.

 KKK는 70년대 내부 갈등과 정부 감시 강화가 맞물리면서 비로소 쇠락하기 시작했다. 인종차별주의 조직 감시단체인 남부빈민법률센터(SPLC)에 따르면 현재 KKK는 회원수가 5000~8000명에 불과한 군소단체로 쪼그라들었다. 이에 따라 미국인의 기억에서 사라져가는 듯했던 KKK의 악몽이 이번 사건으로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