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화단서 각광받는 문신·이항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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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 3일부터 1개월간 「파리」의 「스트라포르」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는 예술가들의 「그룹」인 「형체와 생활」전에 한국작가 문신이 10개의 조각과 채색「데상」을 출품했고 판화 이항성은 서독 「쾰른」에서 지난 2월20일부터 역시 한 달 동안 전시회를 열고 있다.
현대도시의 미학을 주제로 삼아 20명의 전위예술가들이 예술의 생활화라는 목적 아래 뭉친 「형체와 생활」전에서 문신이 출품한 작품은 조각 3점 외에 7개의 「데상」들.
『문신은 모방하지 않는다. 그것은 바로 추상이며 바로 그곳에서 소박한 「에너지」의 강렬한 인상이 나온다』는 평에서 보듯 그의 조각은 이미 「문신조각」으로 너무나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재작년 뜻밖의 사고로 인한 투병 생활에서 조각의 창작 대신 발견한 것이 채색 「데상」이다. 그는 누워서 그의 번들거리며 빛나는 조각을「데상」했고 여기에 색을 칠해 나간 것이었다. 『이 채색 「데상」은 어디까지나 소묘로 출발한다. 거기서 내 조각의 형체를 그대로 볼 수 있었다』고 문신은 회상하지만 그의 병상창작은 단순한 「데상」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데상」된 조각』에 채색으로 메워나간 것이다. 「데상」이 색칠 되어가는 부분에서 뜻밖에도 그의 조각과 전혀 다튼 형체와 영향이 나타난 것이었다. 또한 그는 색칠이 필요 없다고 판단되었을 때 중단, 채색되지 않는 공간이 검은 「렛쌍」의 선만으로 남아있었다. 그랬더니 채색된 부분과 「데상」의 선이 2차원적 조화를 이루고 있어 하나의 새로운 추상화로 나타나있다.
「레·레트르·프랑세즈」의 미술평론가 「장·티에리」가 『문신은 4개와 길을 절대 가지 않는다』고 그의 작품의 유일성을 지적한바 있듯이 전혀 새로운 독립된 추상화에서도 독특한 조각의 「이미지」는 완전할 만큼 그대로 살아있다. 금년에 서울 전시를 준비하고 있는 그는 「콩파레롱」전, 청년 조각가전(이상 5월) 「새로운 현실」전, 「콩트라딕시옹」전(이상 6월) 「그랑·에·전·도주르디」전(9월·현대대가와 청년작가전)에 초대받아 정열적인 그의 작품은 끊임없이 전시될 예정이다.
「파리」를 지점 삼아 전「유럽」을 누비며 판화를 전시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이항성은 「쾰른」의 「쿤스탄텔·크레피스」화랑에서 판화 30점·유화 30점·도자기 10점·기타 참고품 30점으로 올해 첫 작업을 시작했다. 그의 판화에서 서구인들이 발견하는 것은 동양적 서정이다.
연한 「파스텔」색과 같이 부드럽게 표현된 그림 속에 먹색의 신비가 조화를 이루며 연하게 비치는 금박과 은박은 한층 동양적 모습을 돋보이게 한다.
『선의 움직임과 색의 조화가 구름처럼 몇겹의 층을 형성, 유리창을 거쳐 내다보듯 깊이 있는 신비로움을 나타낸다』고 「본」미술대 교수 「E·V·에르베르그」박사도 역시 동양적 신비를 강조했다. 【파리=주섭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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