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3)외서구입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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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이번 독서주간은 나에게는 각별한 관심이 있다. 학교에서 책을 만드는 일을 맡아서 책을 이것저것 만들고 학교 안팎으로 보급하는 일과 씨름하는 동안에 간간이 여학생과 책, 책과 인생-하는 따위의 이를테면 초보적인 문제에서부터 책과 국가 발전하는 거창한 문제까지를 생각하게 된다.
요 근래에는 외서의 수입이 억제된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나라의 정책으로서의 도서나 독서의 문제를 생각해 볼 기회가 있었다.
우선 대원칙부터 이야기 해보면 책과 독서는 국력과 일정한 관계가 있다. 국민이 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 망한 나라는 없다. 거꾸로 책을 많이 읽는 나라 국민 치고 못사는 국민이 없다. 해마다 독서주간을 실정해서 온 국민에게 독서를 귄장하는 것은 출판사나 서점이 돈을 벌자고 하는 일이 아니고 독서가 국력의 증진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무슨 책이라도 많이 읽기만 하면 된다는 것은 아니다. 어느 나라, 어느 문화에서고 악서가 양서보다 많은 법이다. 좋은 책을 골라서 많이 읽어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누가 고르느냐 하는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우리가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마당에서 너무나도 명백하다. 무슨 책을 읽느냐 하는 선택권은 정부나, 심지어는 대학당국과 같은 어떤 기관에 있지 않고 독서인들에게 주어져야 한다. 정부를 위시한 기관은 양서를 권하고 소개하는데 그쳐야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외서 수입에 어떤 제약이 가해지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한편 한정된 외화로 수입되는 외서의 종류에 개선할 여지가 없지 않다. 최근 보도된 자료를 보면 수입 외서의 60%이상이 일서라고 한다. 나는 이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수요가 있는 것을 어떻게 하느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이 문제만은 수입상들과 독서인들의 깊은 반성이 있어야한다.
일서는 우리의 창의의 계발을 저해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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