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우에 내환 겹친 OPEC-「알제」 첫 정상회담…그 내부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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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알제 5일 UPI동양】4일 개막된 석유수출국기구(OPEC) 13개국 제1차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OPEC원칙 선언문내용이 UPI통신에 사전 입수 됐는데 그 골자는 다음과 같다.
▲13개 산유국 정상들은 서방 측 공업선진국들과 유가 장기동결(안정)에 관해 협상키로 합의했다.
▲그 대가로 13개 OPEC회원국은 ①유가보장 ②OPEC 해외투자보호 ③국제통화 제도개혁 ④개발도상국 현대화를 위한 대규모원조 등을 요구한다.
▲(유가동결조치가 현 유가책정의 시행기한인 금년 9월30일 이후까지 계속 실시될 것을 시사하면서) 『OPEC회원국들은 쌍무적 또는 국제적 기구를 통해 공업선진국들과 산유국들의 경제성장을 허용하는 경제적 수단문제에 관해 협상할 용의가 있으며 반면에 공업 선진국들은 OPEC회원국들의 자산가치와 안전을 보장할 것을 요구한다』 (「부메디엔」 「알제리」 대통령은 유가인하 혹은 1980년까지의 유가동결 안을 제안 ▲산유국들은 특히 소비 국들이 그들의 경제재조정에 필요한 조처를 강구할 수 있도록 유가를 안정시키는 조건에 관해 협상할 용의가 있다.
▲서방측은 산유국 자산의 가치와 안전보장 외에도 모든 개발도상국의 권익보장과 평등한 참여를 위한 국제통화제도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OPEC와 서방제국은 개발도상국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OPEC회원국들은 석유생산수준에 관한 긴밀한 협력조정관계를 확립한다. ▲그러나 이 선언문은 유가「달러」화 표시 중지문제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이 문제는 6월 OPEC 특별위 보고로 재론될 것이다).
지난 60년 창설이래 15년만에 처음으로 열린 4일의 OPEC(석유수출국기구)정상회담은 회원국 못지 않게 서방 공업국들에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 모임이 될 것 같다.
13개 회원국 중 8개국 국가원수와 5개국 정부수반 및 고위각료들이 참석한 이 회담이 서방측이 열망하는 OPEC분열의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분명한 시사가 없으나 그들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결속이 특히 강조되고 있음은 OPEC가 직면하고 있는 어려운 국면을 반증하고 있는 셈이다.
스스로도 경탄한 바 있는 석유의 힘을 바탕으로 그들의 부를 어떻게 이용할 지에 대해 아직도 회원국들은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같은 의견 불일치는 「파이잘」「수하르토」「가다피」등 5개 주요 산유국 원수들이 부상함으로써 두드러지고 있는데 특히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소극적 태도는 4월로 예정된 세계「에너지」회의나 앞으로의 국제무대에서 취할 「강자」로서의 자신의 입장을 가능한 한 유보해 두려는 속셈으로 보인다.
성급한 서방 관측통들은 「에너지」파동 16개월만에 나타난 최근의 변화, 예컨대 산유국의 공급과잉이나 부분적인 유가인하를 석유 「카르텔」이 붕괴의 조짐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나 OPEC는 기본적으로 서방측의 이른바 소비절약이 일시적인 것으로, 유가인하를 강제하려는 시도로 간주하고 조만간 그 한계를 드러낼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부메디엔」「알제리」대통령은 개막연설에서 서방 특히 미국의 유가인하노력은 실패로 끝날 것이라고 선언하고 그들의「정당한 노력에 대해 『구두상의 폭력과 공공연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OPEC가 지니고 있는 정치 경제적 이해의 불일치에도 불구하고 OPEC지도층들은 대 서방교섭에서 그들의 「창조적 힘」과 「이니셔티브」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는 구주 특히 「프랑스」와 미국의 의견대립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부메디엔」은 개막연설에서 「유럽」이 미국의 영향력을 탈피할 것을 촉구하고 EEC가 OPEC의 최혜국대우를 받을 것임을 시사함으로써 미국의 고립을 시도하고 있다.
OPEC내부의 불화는 이같은 지도노선에 대한 몇 나라의 불만이 깔려 있기 때문인데 특히 「이집트」·「이스라엘」분쟁이나「이란」·「이라크」간의 무력분쟁, OPEC역내의 소수민족 해방전선과 보수적인 집권층간의 알력에서 나타나는 상이한 대외 협력관계, 정치이념의 차이가 이같은 불화와 표리관계에 있다.
문제는 OPEC의 이념이 그들의 주장대로 「정당하고 공평한 세계질서의 확립」에 있다면 제 3세계를 포함한 개도국의 이해를 그들의 정치 경제적 이해를 위해 회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명백한 보장이 필요할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이점에 대해서도 상당한 진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그들의 OPEC 헌장에서 구체화 될 것 같다. <김영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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