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말로」가 본「피카소」미술|주목 끄는 신간『흑요석의 머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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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파리=주섭일 특파원】「드골」과 함께 정계에서 사라졌던「앙드레·말로」는 15일 세계예술사에 길이 남을 불후의 저작『흑요석의 머리』라는 괴상한 제목의 저서를 출판, 서구문단의 주목을 끌었다. 「갈리마르」사에서 낸 2백80「페이지」의 이 책은「피카소」의 탐험을 시도하고 이를 평가했다는 점에서 하나의 금자탑을 세운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르·몽드」지는 이 책의 출판을 제l면 기사로 취급, 「말로」와의 장문의 회견 기를 실었다. 무엇보다도 그가 다시 비평가로서 정력적인 집필을 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세계의 평단은 기대감이 가득 차 있으며 더욱 최근 이곳의「라디오」·TV 등에 출연, 현대문명을 날카롭게 비판함으로써 부조리의 세계에 소금과 같은 역할(?)을 거침없이 해내는 70고령의 모습을 보고 아직도 거목은 사라지지 않았다는 안도감을 누구나 갖게 했다.
그는 현대사에 업적을 남긴 미술사와 같은「피카소」의 소굴을 일일이 답사, 그의 작품과 일생을 탐험한끝에 하나의 기록 겸 평가화로서 이 책을 세상에 내어놓았다. 제목자체가「콜룸부스」가 미 대륙을 발견하기 전 용암 속에 화석화되어 버린 한 인간의 두개골을 인용함으로써「피카소」의 작품이 어떠한 의미를 갖는 것인가를 설명해 주고 있다.
『「피카소」-그는 확실히 어느 누구와도 대치될 수 없는 자리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나의 의문들을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라면 나의 해답을 인정하고 안하고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는 이 저서는「피카소」자신의 작품보다도 더욱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역설적인 평가마저 낳고 있다. 「피카소」가 결코「피카소」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니었다. 그 자신에게로 돌아가기를 거부한 영원한 용솟음으로부터 그는 우리들에게 자연적 교환의 거대한 순간 속에 미술창조란 것을 다시 갖다 놓겠다는 역사적 기록을 주었다』고「말로」는 서슴지 않고「피카소」의 예술적 위치를 확정하고 있다. 『왜 하필이면「피카소」를 선택했는가』라는 물음에 대해 역시 그는 명쾌하게 답변하고 있다. 『「피카소」의 작품은 우리 시대에서 가장 강력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 문제를 제기한 유일한 사람이다. 그는「피카소」이전의 어느 화가도 표현하지 못한「스타일」의 변화를 원칙으로써 표현한 유일인인 것이다. 모든 화가들이 그들의 예술을 심화하고자 기도했던 것에 반해 그는 그의 예술을 변화시키고자 했던 유일한 화가인 것이다.
나는 이 책에서 나를 감격시킨 것이「피카소」의 반항을 심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항의 심화, 그것은「스타일」의 심화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이렇게「르·몽드」지에 설명한 그는 그래서『고양이는 새를 잡아먹는다. 「피카소」는 고양이를 먹는다. 그림은「피카소」를 먹는다』고 쓰고 있는가 하면『그는 생활을 모방하지 않았다. 그는 생활로써 작업을 해야만 했었다』고도「피카소」탐험의 소감을 털어놓고 있다.
그는「피카소」의 작품 분류를 세 종류로 분류, 주목을 끌고 있다. ①옛 그림의「컬렉션」으로 이들은 모두「루브르」에 기증될 것이다. ②그가 그려 팔았다가 되 사 모은 것과 팔지 않고 그냥 갖고 있었던 것들로 이른바「피카소」의「피카소」작품들로「무겡」에 있는 것들이다. ③금고 속에 보관되어 있는 작품들로서 이 역시『「피카소」의「피카소」작품들』이라 불려지고 있는 것들로서「보브나르그」「무겡」「파리」등지의 5개 은행의 금고 속에 깊이 간직되어 있으며 복사판이 전혀 없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지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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