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시비의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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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비료기근현상이 작년 가을부터 만성화해서 비료값이 고시가의 2배로 치솟아 암거래되고 있다.
이처럼 비료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계속 된다면 올해 농사가 제대로 지어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에서 비료수급 불균형의 근본 원인이 무엇이며 그 해결방법은 무엇인가를 시급히 가려내야 하겠다.
농림 당국은 수급계획상 아무런 문젯점이 없다고 거듭 밝힐 뿐이나 그렇다면 농사철이 다가오고 있는 기금까지 비료 난이 해소되지 않아 고시가의 2배나 되는 값으로 비료가 암거래되어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본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오늘날 비료부족이 일어나고 있는 지역은 예상 밖으로 넓어서 거의 전국적인 현상이라 하며 특히 충남·경북 등 지역에서는 수요의 절반정도 밖에 공급되지 않은 곳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급부족이 일어나는 원인으로서는 ①수요량책정의 부실 ②적기공급의 실패 ③산림용 비료의 공급부족 등으로 지적되고 있는데 특히 수요량책정에 근본적인 잘못이 있다.
그 동안에도 농업통계의 낙후성이 농정집행에 커다란 애로요인으로 작용하고는 있었지만 비료수요량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정도라면 농정의 신뢰성을 기대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잘못인지도 모른다. 솔직히 말하여 경지면적은 거의 고정되다시피 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식부면적 조사가 잘못되어 비료공급계획이 잘못 책정된 지역조차 있다는 것은 좀처럼 납득이 곤란하다.
또 미작용 비료의 경우 비료의 실제수요가 단당 25㎏에 이르고 있으나 배정량은 17.5㎏으로 책정해서 단당 7.5㎏이나 모자라고 있다면 당초부터 공급부족을 수요의 과소 책정으로 호도시킨 것이 아닌지 생각하는바 있어야 할 것이다.
또, 본격적으로 산지개발을 추진한다고 하면서 이 분야에 대한 비료책정을 소홀히 해서 수급에 차질을 가져오고 있다는 것도 농정의 미흡한 탓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물론 절대수급은 맞아도 지역별 책정이나 용도별 책정이 잘못되어 부분적인 과부족이 일어나는 것은 그런대로 이해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고시가의 2배로 값이 오르고 있다면 그러한 부분적인 과부족만으로 일어나는 상태라고 보기는 힘들 것이다.
국제적인 자원파동을 겪고 있는 과정에서 식량자급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이 시점에서 농업생산의 기초적 조건이라 할 비료문제 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 시점에서 비료문제의 시급성을 결코 가벼이 보아서는 아니 될 것이다. 전체 수급계획은 과연 실제수급사정을 제대로 반영한 것인가, 지역적인 배정기준은 지역 내 특성에 부합하는가, 그리고 용도별수요에 대해서 적기에 공급하는 계획은 제대로 되어 있는가를 구체적으로 재검토해서 모순을 시급히 발견·시정해 나가야 할 것이다. 비료 난이 반년 이상이나 지속되고 있다는 것은 비료정책에 근본적인 결함이 있음을 여실히 반증하는 것이므로 농정당국은 깊은 반성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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