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이만기<투공 부사장>|상호신용금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작년부터 상호신용금고의 간판이 부쩍 늘고 있다. 작년까지는 이러한 간판을 볼 수 없었고, 그 대신 무진 회사 등 서민금융의 간판들이 난립되어 있었다. 상호신용금고는 과거의 서민금융이 갖는 여러 가지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작년 8월 제정된 상호신용금고 법에 의해 정부의 인가를 받은 공인금고만이 서민금융을 취급하도록 양성화한 후에 생긴 것이다. 처음 설립허가를 신청한 회사는 3백64개이었으나 이중에서 심사요건에 적합한 2백69개를 인가하였고, 나머지는 금년 1월까지 유예기간을 주어 그 동안 결격요건을 고친 후에 추가해서 인가하였다.
3월말 현재 서울에 79사, 부산에 34사, 기타지역에 2백32사 도합 3백5사가 있었으나 최근운영이 부실한 38개 사가 인가취소 되어 3백7개 사가 됐다.
대체로 자본금은 최저단위가 서울·부산이 3천만 원, 시가 2천만 원, 읍-면이 1천만 원이며 서울의 경우 3천만 원을 초과하는 신용금고도 더러 있지만 대체로 최저단위에 머무르고 있다.
과거에 주부들은 계를 많이 이용하였고 작년 8·3조치후 사 금융이 상당히 없어졌지만 아직도 계를 이용하는 주부들이 많을 것이다.
상호신용금고의 주된 업무는 주부들이 좋아했던 계와 소상인들에게 널리 이용된 일수 계이며 소액신용대출과 어음할인 등의 소규모금융도 일부하고 있다. 상호신용 계는 13개월과 26개월의 보통 계와 1백일, 1백80일 일수 계의 4종류가 있다. 그러나 일수 계는 종래의 소상인들이 행하듯이 그날 그날의 수입으로 불입하여 10일 및 15일 간격으로 추첨하여 목돈을 탄다.
13개월의 기본계산은 다음과 같다. 예를 들면 10만원을 계약했을 때 매월 불입액은 7천7백원이며 추첨에 의해 당첨된 달에 10만원 상당액을 받게 되는데 실제 수령금액은 첫 달의 10만1백원에서 끝 달의 11만2천1백원에 이르기까지 약간씩 증가된다. 중간에 목돈을 받은 후에는 2회부터 9회까지는 9천7백50원, 10회부터 13회까지는 9천6백원으로 받기 전보다 더 낸다. 끝 회는 9만2천4백원을 내고 11만2천1백1원을 타므로 13개월의 이율이 21·3%가 되나 내는 금액이 목돈을 예금한 것이 아니므로 월별로 적수 계산하면 이보다 이율은 한층 높아진다.
반대로 첫 달에 당첨된 사람은 10만1백원을 받고 11만2천1백원을 내게 되므로 약22%의 이자를 물게 되나 역시 불입액이 목돈이 아니므로 적수 계산하면 이보다 한층 낮아진다. 26회의 것은 기본 불입액이 3천8백50원, 1백일의 것은 매월 1천 원, 1백80일의 것은 5백70원이며 급 부 후 불입액 및 실 수령액수 등은 상호신용금고의 영업안내서를 보면 알 수 있다.
계약금액은 10만원부터 1백 만원, 1천만 원 등 10진법으로 제한이 없다고 하나 대체로 1백 만원 조가 많다.
상호신용 계의 경우「신용」이라는 이름과는 달리 당첨되어 사전 급 부를 받을 때는 담보를 요구하고 있어 가입자들에게 곤란을 주는 문제점이 있다. 급 부를 받고 끝까지 불입을 않으면 곤란하므로 담보를 요구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금고운용자의 말이지만 담보가 있으면 은행융자를 받는 것이 낫지 않느냐 하는 말을 할 수 있다.
이밖에 소액신용대출은 1만원부터 30만원까지 30일·50일·1백일·1백50일·1백80일의 단기대출 등 일수로 납입케 하는 적금식대출로 운용되고 있다.
또 어음할인은 최고 50만원, 최장 3개월로 연리 25%를 적용시키는데 소액대출이나 어음할인이 과연 신용대출로 행할 수 있나 하는 문제점이 있다.
1년이 못 되는 기간이지만 그 동안 상호신용금고의 운영에서 나타난 몇 가지 문제점은 부실대출을 어떻게 막느냐 하는 점이다. 또한 일부 기반이 약한 금고들은 계의 해약신청에도 불응하고 있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전체의 공신력을 저하시키고 있다.
지난 9월4일 보도된 것을 보면 재무부가 발표한 검사결과 38개의 업체를 자진 폐업 또는 허가취소 하였는데 다음과 같은 문제가 적발되었기 때문이다. ①일부금고는 자본금을 허위 납입했거나 인가신청사항을 조작했으며 ②고의이든 과실이든 법정지시를 위반하였고 심지어는 ③경영부실로 대표자가 도주 또는 행방불명된 일이 있다는 것이다.
서민금융의 취급은 용이한 것이 아니겠으나 아무튼 상호신용금고의 설립으로 과거의 음성적인 서민금융을 양성화하려는 재무부의 방침이 초기의 이러한 부실금고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처음부터 난립시키지 말고 착실한 운영과 사후관리를 마련했어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