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갑상샘·전립샘암 생존율 10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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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암도 조기에 발견해 잘 치료하면 일반인처럼 멀쩡하게 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국립암센터)는 ‘2011 국가 암등록 통계’를 발표했다. 통계에 따르면 2007~2011년 암 진단을 받은 환자의 5년 생존율은 66.3%였다. 1996~2000년 진단을 받은 환자의 5년 생존율이 44%, 2001~2005년은 53.8%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꾸준히 오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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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통계에선 암의 진행 정도에 따른 생존율을 처음 공개했다. 특히 암이 다른 장기에 퍼지기 전에 발견되면 5년 생존율은 90%를 넘는 등 암환자가 아닌 사람만큼 오래 사는 경우도 있었다.

 암의 진행 단계는 크게 셋으로 나뉜다. 암이 발생한 장기에서 다른 곳으로 퍼지지 않은 초기 단계(국한), 인접 장기나 조직에만 퍼진 단계(국소), 멀리 퍼진 상태(원격) 등이다. 국한 단계에서 많이 발견되는 암 종류는 전립샘(56%)·위(54.1%)·유방(53.7%)·간(44.5%)·갑상샘(43%) 순이다. 일찍 발견된 만큼 치료 성적이 좋고 생존율도 대부분 높았다.

 그중에서도 생존율이 가장 좋은 것은 갑상샘암과 전립샘암이었다. 5년 생존율이 각각 100.5%와 101%로 나타났다. 병원에 다니며 추적 관찰을 하고 건강에 신경을 쓰게 되면서 일반인(100%)보다 더 오래 산다는 의미다. 2011년 8월 갑상샘암 수술을 받은 강모(28·여·서울 강서구)씨가 그런 경우다. 그는 결혼을 앞두고 암을 진단받았지만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해 현재는 아이(8개월)까지 출산해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강씨는 “수술 전만 해도 술을 즐겼지만 이젠 술은 입에 대지 않는다”고 말했다.

 남성 암 발생 1위인 위암은 조기 발견 효과가 가장 크다. 초기 단계의 5년 생존율이 93.7%나 된다. 하지만 인접 장기로 전이만 돼도(57.2%) 생존율이 40%포인트 가까이 떨어진다. 말기 생존율은 5.8%에 불과하다. 대장과 유방도 초기 단계 발견 시 생존율이 각각 93.8%, 97.8%에 달한다. 이진수 국립암센터 원장은 “5년 생존율이 90% 이상이라고 하면 완치되는 경우라고 봐야 한다”며 “건강검진이 확산되면서 암을 일찍 발견해 치료할 수 있게 된 게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조기 발견이 가능해졌다고 모든 암이 치료가 쉬운 것은 아니다. 간(28.6%)·폐(20.7%)·췌장(8.7%) 등은 상대적으로 생존율이 낮은 암이다. 간과 폐는 전이가 없어도 5년 생존율이 50%에 미치지 못했고, 췌장은 24%에 불과했다. 그래도 조기 발견은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그나마 생존율을 올리고 제대로 치료하기 위해서다.

 암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우리 국민 중 110만 명이 이를 경험했다. 전체 국민 45명 중 한 명꼴이다. 평생 동안 남성 5명 중 2명, 여성 3명 중 1명은 암에 걸린다. 지난해에만 21만8017명이 암 진단을 받았다. 우리나라는 8대 암 중 전립샘암을 제외한 7가지 암의 5년 생존율이 미국보다 높다. 특히 위암 생존율(69.4%)이 미국(27.7%)과 큰 차이를 보인다. 대장암과 자궁경부암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생존율이 가장 높다. 치료 기술의 발달과 조기 검진 확대가 만든 변화다.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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