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답순종심요법문」원간본인가 고려간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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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최근 고대박물관에서 발견된 「청량답순종심요법문」에 대하여 원간본은 아닌가 하는 학계 일부의 조심스런 의견이 재기되고 있으나 고판본의 권위인 김두종 박사는 이를 뒤늦게 보고 고려금속활자본에 틀림없다고 못을 박았다.
당초 고려대측은 발문에 적힌 간행인인 「중봉대부 숭복사 별부화」가 고려의 벼슬을 얻은 원나라 사람으로 그가 충렬왕 때(1297∼98년)에 고려에 와서 원나라 간행의 목판본책을 다시 낸 것이었다고 발표했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중봉대부 숭복사」가 고려의 위계·관직이 아니라 신원사백관지의 기록처럼 원의 것이 분명한 이상 고려간본이 아니라 원간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측에선 비록 그렇더라도 이 책은 고려간에 틀림없다는 것이다.
김두종 박사(서울대 명예교수)는 이 책의 발문 한 장이 분명히 금속활자인쇄이며 그것도 고려말께 인쇄된 것이 분명하다고 감정했다. 지질로 보나 활자체로 보나 고려말 인본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단지 간행 연대만은 고려대에서 주장하듯이 충렬왕 때로 확언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그 뒤로도 볼 수 있는 것은 이발의 글자체가 송설체로서, 충렬왕 때 유행하던 진체가 아닌 점으로도 알 수 있다는 것. 게다가 원에서 목판으로 간행했던 「심요법문」을 가져다가 고려에서 간행하기에는 원간과 동시대인 고려 충렬왕 때로 보기보다 그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김 박사는 또 일부에서 계선이 없다고 해서 고려간본이 아니라는 견해에 대해서도 계선없는 고려복각본의 예가 많다고 지적, 고려간본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이 책의 금속활자본임을 처음 주장했던 손보기 박사도 이 책의 본문부분과 발문이 비록 목활자와 금속활자로 다르기는 하나 그것이 같은 종이로 고려인의 기술로 이루어진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금속활자의 주인이 고려인만큼 고려간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이같은 설명들은 「심요법문」의 가치에 대한 전문가들의 엇갈린 견해인 만큼 이들의 의견이 통합되기까지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며 분명한 간기가 없는 때문에 생길 학자들의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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