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찬성·반대자, 기록 남긴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지난 3월 제2롯데월드 신축에 따른 교통체증 완화를 위해 송파대로 지하에 ‘버스환승주차장’을 설치하는 계획안을 가결한 기구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다. 지난 18일 구로구 고척동 옛 영등포교도소 부지를 대규모 상업·행정시설로 개발하는 안을 통과시킨 것도 같은 기구다.

 서울시 도시계획을 최종 결정하는 합의기구인 이 위원회에 대해 서울시가 대대적 개편을 추진 중인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이에 따라 서울시의 도시계획에도 적잖은 변화가 올 것으로 보인다.

 먼저 도시계획위원회의 안건 처리 방식 중 하나로 ‘실명표결제’가 도입, 시행된다. 재건축·재개발 지구 지정, 해제 등 시의 모든 도시계획 결정 과정에서 위원별 찬반 표결 내용을 속기록에 남겨 책임성을 강화하고 위원회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이 제도 도입은 1952년 위원회 설립 이후 처음이다.

 지금까지 도시계획위는 전원합의제로 운영돼 왔다. 각 위원별 찬반 여부는 공개되지 않았다. 지난 18일 열린 제21차 도시계획위의 경우 위원회의 최종 결정은 보류·수정가결·자문 등으로만 분류됐다.

 시 관계자는 “위원회의 사전 동의를 거쳐 사안별로 전원합의제와 실명표결제 중에서 안건 처리 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실 도시계획위는 설립 이후 폐쇄적으로 운영됐다. 위원 명단이 시민들에게 공개되기 시작한 것도 지난해 3월부터다. 개발 정보가 새어 나가거나 위원들에 대한 외압이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또 행정2부시장(현재 김병하)을 당연직 위원장으로, 28명의 위원이 참여하는 위원회의 정원도 30명으로 늘리고 외부전문가 구성도 다양화한다.

 의료관광과 마이스 산업(MICE·각종 회의와 전시회를 포괄하는 산업) 등 서울시의 미래 먹거리 전략을 도시계획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도시계획위에는 국장급 이상 서울시 공무원 4명, 시의원 5명, 외부전문가 19명 등이 참여한다. 이 중 외부전문가는 교수가 15명이고 대부분 도시계획·도시설계·교통 등 도시공학과 직접 관련이 있다. 이를 의료·보건, 산업·경제, 관광 전문가 등으로 다양화한다는 것이다.

 제척(除斥) 및 회피 제도도 강화한다.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시의원이 해당 지역구 소재 안건 심사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고 직무와 관련된 안건은 사전에 회피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현장 심의 기능도 강화한다. 기존 서류 심의에서 벗어나 첨예한 대립이 있거나 이목이 집중된 사안에 대해선 현장을 직접 보고 심의할 계획이다. 수시위원회도 개최해 정례위원회에서 논의되지 못한 안건들을 신속하게 처리할 예정이다. 위원들의 참석률을 높이기 위해 2년 임기 만료 전이라도 참석률이 저조한 위원은 위촉을 해제하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날 “최근 이런 내용을 담은 도시계획위원회 매뉴얼을 마련했다”며 “이르면 내년 초부터 개편안이 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