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수사발표] 재계·금융권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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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SK그룹은 앞으로 책임경영과 투명경영을 강화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하나은행이 SK글로벌에 대해 자구계획을 요구하고 증시에서는 투신사의 SK 관련 펀드에 대한 환매 요청이 잇따랐다.

전경련은 손길승 회장이 불구속 기소되자 향후 재계 수장의 운신 폭이 좁혀지지 않을까 우려했다.

○…SK그룹은 이날 '검찰 기소에 대한 그룹의 입장'을 통해 "책임경영.투명경영을 강화하겠다"고 밝히는 등 기업 이미지 및 신인도 하락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SK는 성명에서 "그룹 계열사들이 관련된 일련의 사태로 국민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드려 송구스럽다"며 "계열사별 이사회와 CEO를 중심으로 책임경영을 강화해 가겠다"고 말했다.

SK는 孫회장 중심의 경영체제를 계속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그룹 고위 관계자는 "계열사별 CEO들에게 경영 전권을 주는 비상 책임경영체제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며 "황두열 SK㈜부회장, 조정남 SK텔레콤 부회장 등의 역할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 고위 관계자는 "SK글로벌의 파급효과가 그룹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지만, 그룹 자체의 재무구조가 안정적이기 때문에 잘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글로벌의 유동성 위기를 직접 지원하지는 않을 것이며 글로벌이 보유 중인 SK텔레콤 주식(2.6%정도)을 매각하려 한다면 이를 자사주 매입 형태로 사는 것은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텔레콤은 또 崔회장이 가진 SK텔레콤 개인지분은 없고 SK㈜에서 SK텔레콤 지분을 가지고 있지만 崔회장의 사재출연이 어디까지 확대될지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SK글로벌의 채권단은 SK그룹에 대해 강도높은 자구계획을 마련하도록 요구하고, 자구계획이 나오면 채권단회의를 열어 SK글로벌의 경영정상화 계획을 논의할 계획이다.

정부도 SK글로벌의 분식회계 파문이 금융시장과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책반을 구성, 운영하기로 했다.

하나은행 고위 관계자는 이날 "SK글로벌이 자금난에 빠지지 않도록 그룹 차원의 자구계획을 요구했다"며 ""SK그룹이 현재 마련하고 있는 SK글로벌의 자구계획안이 확정돼 우리 측에 전달되면 이를 놓고 채권단회의를 열어 경영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 측은 분식회계로 신용도가 떨어진 SK글로벌에 대해 금융기관들이 여신 회수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에 대비, 대책마련에 들어가는 한편 앞으로 대주주인 최태원 회장의 책임하에 SK글로벌이 보유한 자산매각 등 강도높은 자구책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채권단은 그러나 SK글로벌의 매출 중 수출입 비중이 큰 점을 고려해 정상 영업에 차질이 없도록 금융회사의 수출금융은 현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했다.

○…증시에서는 일부 투신사의 SK 관련 펀드에 환매 요청이 몰렸다. 투신업계에 따르면 검찰 수사 발표 이후 SK 관련사의 채권이 편입된 채권형 펀드와 머니마켓펀드(MMF)에 환매를 요청한 규모가 수천억원대에 달했다.

그러나 SK글로벌이 1조5천억원대의 분식회계 적발에도 불구하고 이를 반영하더라도 자본잠식 상태까지는 가지 않아 증권거래소 상장이 폐지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전망됐다.

○…검찰이 전경련 회장인 손길승 SK 회장에 대해 불구속 기소키로 하자 전경련은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재계 수장으로서의 운신 폭이 좁아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전경련 고위 관계자는 이날 "孫회장이 불구속 기소된 것이 회장직 수행에 있어 족쇄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孫회장이 계속 전경련 회장직을 수행할 수 있겠지만 재계 수장으로서의 운신 폭이 좁아지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경련 정태승 전무는 "이번 일로 전경련 회원사나 재계의 단합이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孫회장 체제의 유지를 강조했다.

홍병기.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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