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연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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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72년의 연극계는 감동을 줄 만한 무대가 별로 없었지만 그러나 무언가 새로운 것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했던 한해였다.
상반기의 「몰리에르」 탄생 3백50주년 축제, 하반기의 소극장 운동, 그리고 올해는 창작극에 대한 연극인과 관객의 관심이 다같이 높았었다.
올해 국립극장 「드라마·센터」 등 대극장 무대에서 막을 올린 작품은 모두 22편. 이중 7편이 창작극이고 1편이 번안극, 나머지 14편이 번역극으로 여전히 번역극이 숫적으로나 관객 동원 면에서도 우세했다.
3월과 4월에 열린 「몰리에르」 황제는 국내에서 3개 극단만이 참가한 아쉬움이 남았지만 관객과 극단에 희극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게 했다.
특히 이 축제 중의 『쇠뚝이 놀이』 (오태석 번안·연출)는 올해의 가장 주목할 만한 무대로 전통극의 현대화라는 우리 극계 공동의 과제를 대담하게 제시한 실험 무대였다.
이러한 고전의 현대화 등은 창작극에 대한 관심을 어느 해 보다 높였지만 실제로 올해의 창작극 중에서 문제성을 던져준 작품은 거의 없었다고 할 수 있다.
평론가들은 아직 국내 작가들의 현실을 보는 눈이 좀더 깊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올해만의 특징은 아니지만 침체한 극계에서 여름과 가을 「시즌」에 이은 소극장 운동은 무언가 활기를 띠게 했다.
지난해까지 「카페·테아트르」 위주였던 소극장 공연은 「카페·파리」 「코리아나」 한국일보 소극장 등으로 넓혀졌고 「에저또」 소극장 등이 의욕적인 활동을 보였다.
소극장 운동은 전세계 연극계의 조류이지만 우리 나라에서의 소극장 공연은 소극장이 본래 지녀야 할 실험 정신보다는 대극장의 축소로 단막극을 공연한다는데 그치는 것이 대부분이다.
새로운 실험의 시도가 아니고 「카페」에서 차를 마시면서도 즐길 수 있는 부유한 연극인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극단 「에저또」의 계속적인 실험 활동은 높이 평가될 수 있다.
그러나 실험이든 아니든 다양한 소극장 공연은 극계의 앞날을 위해 고무적인 것이며 또 이해에 그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고 할 수 있다.
대극장 공연에서 『쇠뚝이 놀이』 『환상 여행』 『겨울 사자들』 등 비교적 호평을 받은 작품들이 관객 동원에서 실패한 것은 연극 인구의 저변 확대와 관객의 재훈련이란 과제를 남겼다.
이와 반대로 『맹진 사댁 경사』『「로미오」와 「줄리엣」』 등이 7∼8천명의 관객을 동원한 것은 대단히 고무적인 일로 연극 관객이 없지는 않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러나 또 이러한 관객 동원 문제는 극단이 안일한 「레퍼터리」 선정 등 상업적인 기획으로만 흐를 우려를 안고 있다.
20여개의 연극 단체가 국립극장 하나에만 매달려 있는 현재의 여건으로는 아무리 튼튼한 단체가 공연하는 좋은 작품이라도 5일 이상을 넘길 수 없다.
연극이 성숙하고 또 상업성도 갖는 직업 극단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부실한 연극 단체의 정비 등 연극계 자체의 체질 개선이 무엇보다 앞서야 할 것이다.
호구지책이긴 하지만 기성 연극인이 영화나 TV쪽으로 옮겨가는 상황 속에서 유능한 신인이 등장할 수 있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연극의 보호 육성, 특히 창작극에 대한 당국의 적극적 지원이 아쉬우며 현대적 시설을 갖춘 「매머드」 새 국립극장이 개관하는 73년에 기대를 가져본다. <이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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