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이 결정권 틀어쥔 세상 그 마음속 모르면 고달플지니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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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2호 26면

저자: 한상복·박현찬 출판사: 위즈덤하우스 가격: 1만 4800원

남자 입장에선 섬뜩한 부제다. ‘여자를 아는 것은 이제 생존의 문제’란다. 왜 ‘생존’인가. 결정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의·식·주를 결정하는 것이 여자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자동차도 아내 혹은 여자 친구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 아닌가-.

『휘메일 리스크』

시장과 가정을 이끌어가고 있는 여성들의 마음속을 들여다보지 못하면 경영의 성공, 인생의 성공은 없다고 저자들은 단언한다. 하지만 세상에 모를 것이 여자의 마음. 여자들도 여자의 마음을 잘 모른다는데 과연 어떻게 그 속을 아둔한 남자들이 알아챌 수 있을까.

저자는 소통·우머노믹스·경쟁·인형놀이·사랑·모성·능력이라는 7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남성과 여성의 다른 점을 분석하고 여성들의 마음을 요모조모 뜯어봤다.

이 책은 이미 고전이 된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가 제시한 맥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남자와 여자는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니 그 언어부터 제대로 익혀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 언어’의 문법은 배려와 이해다. ‘나를 알아줘, 내가 당신을 알아주는 것처럼’은 핵심 중의 핵심이다.

사실 남성과 여성은 얼마나 다른 종족인가. 여성은 말하는 행위 자체가 중요하지만 남성은 용건만 중요하다. 얼마 전 SNS에서 화제가 된 “여보, 나 오늘 영숙이 만났어”가 대표적 사례 아닌가. 또 남성에게 집은 쉴 수 있는 ‘동굴’이고 싶지만 여성에겐 다 함께 어울리는 ‘광장’이어야 한다. 쇼핑할 때 남성은 빠른 선택이 중요하지만 여성에게는 과정 자체가 쾌락이다. 남성들이 지식과 정보를 ‘겨룬’다면, 여성들은 ‘나눈’다. 남성의 시야는 멀리 있는 것을 볼 수 있는 ‘망원렌즈’지만 여성의 그것은 한꺼번에 여러 가지를 파악할 수 있는 ‘광각렌즈’다.

흥분하거나 화가 나면 남성은 뇌의 편도체가 부어오르면서 언어 회로가 상당부분 차단되지만 여성은 반대로 사고 및 언어 회로가 확장된다.

이러니 그 차이를 인지하고 간극을 좁히는 것이야말로 여성 이해의 첫걸음일 터다. 예를 들어 여성에게는 대부분의 갈등이 감정과 욕망의 문제다. 여직원이 다수인 조직의 경영자라면 ‘가차없는 숙제검사’보다는 ‘함께하는 즐거움’을 제공하라고 저자는 조언한다.

여성들이 쓰는 말의 의미를 분석한 대목은 남성들에겐 유용할 듯싶다. 예를 들어 ‘궁금하다’는 ‘무엇에 대해 속 시원히 알고 싶어 마음이 안타깝다’는 의미에 더해 ‘속이 출출해 무엇이 먹고 싶은 생각이 나다’는 뜻이 있다고 한다. 매력적인 여성에 대한 ‘재수없다’는 반응도 마찬가지. 이 말에는 ‘남자들에게 꼬리치는 속물(관심을 차지한 데 대한 질투)이며 예쁜 척하는 것(돋보이는 외모에 대한 시기)일 뿐인데 왜 저런 여자에게 관심을 갖는지(손상된 자존심) 알 수 없다’며 자신처럼 개성 있고 솔직한 여자를 알아보지 못하는 남성들에 대한 실망과 분노까지 섞여 있다.

저자의 조언을 정리하면 결국 이 말이 될 듯하다. ‘남성들이여, 여성과의 문제는 해결하려 하지 말라. 대신 문제에 깔린 감정을 해소하려 노력하라. 얘기를 들어주고 감정을 받아들여 일체감을 갖도록 하라.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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