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 교포학생들이 말하는「자신과 조국」|위축된 민족적 긍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이질사회라는 의식을 강하게 느끼면서 살아가야 하는 재일 교포들은 환경적 요인에 의한 갈등으로 위축되고있다. 일본사회에서 존경받는 한국인으로서 민족적 긍지와 조국에의 귀속감을 지니고 안주해주기를 바라는 고국의 소망은 그들의 갈등상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지난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한국을 배우기 위해 재일 한국학생 하계학교에 입교했던 한국인 2세 재일 교포 고교생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해외교포문제연구소는「앙케트」를 실시했다. 총 응답자는 3백24명. 설문별 응답내용을 보면-.

<“도시·농촌 격차 커”>
▲조국을 보고「기대이상」이라고 대답한 학생이 30.8%였지만 작년에 비해 약간 감소를 나타내고있다. 그 이유를 『서울은 기대이상이나 농촌과 너무 격차가 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는 재일 교포들의 조국을 보는 눈이 구체화되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의 그들에 대한 조국의 소개는 피상적이어서는 안되겠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한·일 양국 고아 격>
▲자신이 한국인임을 안 것이 소학교 때(91%), 중학교 때(4.3%), 대학교 때(0.6%)등 이다. 이는 민족적 긍지를 포기하고 살아야하는 재일 교포가 그들의 자녀를 한·일 양국의 고아로 만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두 이름 사용의 암시>
▲자신이 한국인임을 알러준 사람은 부모(80.5%), 친지(3.4%) 기타(16.1%) 등인데 부모들이 2개의 이름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 대부분 알게되었다.

<14%가 우월감 느껴>
▲재일 한국인임을 처음 알았을 때 14.2%가 우월감을, 19.1%가 당황을, 48.7%가 열등감을, 그리고 18%가 반응이 없었다.

<일인친구의 교우관>
▲한국인임을 일본인친구가 안다면『차별과 멸시가 뒤따를 것이다』(9.3%), 『전과 다름없을 것이다』(75.6%)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는 그들이 조국과「매스·미디어」를 통한 접촉이 많아졌고, 일본의 전후세대가 대한인식을 변화시켜가고 있다는 변화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는 한·일 양국간의 우호관계를 위해서도 다행스런 일이다. 재일 교포들이 일본사회에서 민족적 감정으로 차별을 받는다면 진정한 양국간의 우호는 존재할 수가 없는 것이다.

<사용 않는 한국이름>
▲한국이름을 ①집에서만 사용하고있다(11.4%) ②집과 학교에서 사용하고있다(31.2%) ③전혀 사용하지 않는다(57.4%) 등으로 나타났다. 한국 이름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를 보면 『일본에서 삶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학교에서 선생이 이름을 일본식으로 바꿨다』등이다. 이런 현실에서 재일 한국인의 의식성향은 일본인화나 반항의식 중 택일에의 강요를 법적 또는 사회 심리적으로 받고있다. 이런 모순들은 재일 한국인들이 훌륭한 한국민족으로서 일본에 안주해야한다는데 허다한 난제를 제기한다.

<삶을 위해 별 수 없다>
▲「당신은 장차 한국이름만을 사용하겠느냐」는 물음에 ①33.3%가「그러겠다」②16.7%는「일본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겠다」③46.3%가「장차 연구할 문제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과반이 모국어 백지>
▲모국어의 습득정도를 보면, ①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1.3% ②약간 안다는 사람이 38%이며 ③59.2%가 전혀 모른다. 이는 한국계학교 외의 재학생 대부분이 모국어를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말하는데 학령아동의 80% 이상이 일본계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모국어와 모국의 역사를 가르치는 민족교육은 이들 일본계학교 재학생부터 시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서 살련다 75%>
▲장차 영주할 곳을 ①14.2%가 한국 ②73.1%가 일본에서 재일 한국인으로 ③4.1%가 귀환한 일본인으로 일본에 ④8.6%가 무응답 등이다.
▲「7·4 성명」에 대해 ①북한을 경계해야한다(52.2%) ②기대할 것이 못 된다(11.4%) ③두고 봐야 알 일이다(33.6%) 등의 반응을 보였다.
어쨌든『일본에서 한국인으로서의 주체성을 갖고 안주해 달라』는 본국의 요구와 그들의 환경적 요인사이에 생성되는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신축성 있고 기동성 있는 교포교육정책과 교민정책수립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