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역사교과서 함께 내 아시아 패러독스 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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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4일 서울 국립외교원에서 열린 ‘국립외교원 50주년 국제학술회의’ 개회식에 참석했다. 오른쪽부터 박 대통령,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 푸잉 중국 전인대 외사위 주임위원, 수린 핏수완 전 태국 외교장관, 하영선 동아시아연구원 이사장, 폴레벡 전 노르웨이 외교장관, 한덕수 무역협회장. [최승식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14일 한국과 중국·일본 등 동북아 3국의 역사교과서 공동 발간을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국립외교원 설립 50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 축사에서 “독일과 프랑스, 독일과 폴란드가 했던 것처럼 동북아 공동의 역사교과서를 발간함으로써 동·서 유럽이 그랬던 것처럼 협력과 대화의 관행을 쌓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동북아의) 갈등과 불신의 근원인 역사 문제의 벽을 허물 날이 올지 모른다”고 말했다.

 역대 대통령으론 처음으로 서울 서초동 국립외교원을 방문한 박 대통령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더불어 자신의 3대 외교정책 중 하나인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을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5월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을 공식 제안한 박 대통령이 구체적 방안을 내놓기는 처음이다.

 그간 박 대통령은 “동북아의 발전을 위해선 ‘아시아 패러독스(Asia’s paradox)’의 해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아시아 패러독스란 아시아 국가 사이의 경제적 상호의존이 증대됨에도 정치·안보협력은 오히려 정체되는 현상을 말한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 동북아시아를 유럽연합(EU)과 같은 공동시장으로 만들 수 있다면 우리에게 엄청난 기회를 가져다 줄 것”이라며 “동북아 국가 간의 평화협력이 얼마나 큰 잠재력을 갖고 있는지, 또 세계를 위해서도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엄청난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동북아의 정치안보적 현실은 역내 통합을 뒷받침하기보다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북한은 핵개발을 계속하며 긴장을 유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역내 국가 간 역사관의 괴리로 인한 불신과 일부 영토 문제를 둘러싼 갈등과 충돌의 소지도 커지고 있다”며 “이는 분명 아시아적 패러독스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박 대통령은 “제가 대통령으로서 이 시대에 이루고자 하는 꿈은 바로 그렇게 동북아 평화협력지대를 이루고 유라시아와 태평양 지역의 연계 협력을 이루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선 북핵 해법과 관련해 ‘중국 역할론’을 놓고 미·중 전직 관리들이 신경전을 벌였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은 “중국은 그 어느 국가보다 대북 관계에서 레버리지를 활용할 수 있는 입장”이라며 “중국이 적절한 시기에 이러한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푸잉 전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중국도 핵이 없는 한반도를 원하지만 모든 열쇠를 가지고 있지 않다”며 “북한도 미국과 대화를 원하지만 미국이 1차적으로 반대한 것으로 안다. 북한은 6자회담에 조건부 참여가 아니라 무조건적 참여를 원한다”고 북한을 감싸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6자회담을 하더라도 한 지붕 아래 있다뿐이지 동맹국끼리만 이야기하며 사실상 진정한 대화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일본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전 외상은 “한반도 유사시 치명적인 상황에 처하는 건 한국”이라며 “동맹 관계인 미국이 대응하겠지만 일본 내의 7개 유엔사 기지 등 일본의 서포트도 중요하다”며 집단적 자위권 추진에 대한 논리를 강조했다.

 한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 관방장관은 정례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과거의 문제에 대해선 누차에 걸쳐 일본의 입장을 한국 측에 설명하고 있다”며 “그런 노력을 포함해 일본의 메시지를 잘 받아들여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제안이) 어디까지를 의미하는지를 잘 모르겠지만…”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일본 언론들은 공동 교과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했다.

글=허진·정원엽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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