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중요하지만, 금메달 만드는 환경 선진화 먼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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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용규 한국체대 레저스포츠학과 교수는 “한국이 스포츠 강대국에서 스포츠 선진국으로 가는 시점에 있다”고 진단했다. 안 교수는 “스포츠는 본래 즐거움을 추구하는 놀이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승리지상주의가 팽배하고, 상업주의와 배금주의로 스포츠 윤리를 망각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산업사회가 고도화하면서 스포츠의 가치가 병들고 있는 것”이라며 “스포츠 윤리에 대한 논란은 스포츠맨십으로의 회귀, 즉 깨끗한 스포츠로 재탄생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양재완 대한체육회 사무총장도 “금메달도 중요하지만, 금메달을 만들어가는 스포츠 환경도 선진적으로 가야 한다”며 “ 내 자식만 잘 봐달라고 심판이나 지도자에게 금품을 건네는 학부형이 있다. 금품을 줘도 괜찮다는 분위기가 깔려 있고, 금품을 준다고 받는 심판이나 지도자도 문제다. 심판과 지도자의 윤리의식을 높이며 처우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양 총장은 “체육인들이 제도 개선을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내용을 찾아서 바꿔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시대에 뒤떨어진 학교체육 관련법을 현실적으로 고치고, 박봉에 시달리는 학교체육 지도자들을 정규직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정희준 동아대 생활체육학과 교수는 “국위 선양과 학교의 이름을 알리는 수단으로 운동 선수들이 도구화됐다. 사람들은 금메달에는 환호하면서도 체육인들의 삶에는 관심이 없다. 어릿광대 취급을 받았다고 분개하는 체육인의 목소리를 새겨들어야 한다. 체육인들이 정상적인 교육 과정을 밟을 수 있도록 엘리트 체육인 육성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체육단체에 대한 전면 감사를 실시 중인 문화체육관광부의 김대현 체육정책과장은 “한국 체육의 발전을 위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체육단체의 자율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일선 단체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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