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7집 낸 장필순, 유기견 키우며 느리게 살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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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필순의 새 앨범에는 8년 간의 제주생활이 그대로 담겼다. [사진 푸른곰팡이]

싱어송라이터 장필순(50)이 일곱 번째 앨범 ‘수니 세븐’으로 돌아왔다. 무려 11년 만이다. 5집(1997년)과 6집(2002년)의 간격도 짧지 않았지만 이번엔 유독 휴식이 길었다. 낮고 허스키하면서 조금은 우울한 목소리를 가진 그이지만 이번 앨범에선 묘하게 환하다. 제주 애월의 외딴집에서 자연의 호흡에 맞춰 살아가는 그를 최근 전화로 인터뷰했다. 8년 전 제주로 거처를 옮긴 뒤 그곳에 완벽히 적응하며 살아가는 그의 모습은 음악에 그대로 담겼다.

 조동익을 비롯한 음악 공동체 ‘하나음악’ 식구들이 그의 거처로 내려와 머리 맞대고 곡을 짓고 녹음을 했다. 기타(함춘호)는 짬을 내기 어렵고, 드럼(신석철)은 펼쳐놓을 곳이 없어 실시간 화상통화로 녹음한 걸 제외하면 90%는 홈 레코딩이다.

 “제가 워낙 안 움직이는데다, 다들 제주의 기운을 받아서 녹음하는 것도 재미있겠다며 와줬어요.”

 제주는 예술적 영감을 주는 땅일까. “대중예술을 하다 보니 거기서 헤쳐나가야 하는 것들이 갈수록 힘들었어요. 내가 이러려고 음악을 시작한 건 아닌데란 생각이 몰려오면서 아예 손을 놔버리자는 마음이 있었죠. 낭만적인 이유로 제주에 온 건 아니었어요.”

 그는 “제주의 삶은 분수를 느끼게 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보여지는 것에 치중할 시간도 없을 만큼 바빠서다. 서울에선 곧잘 죽어버리던 허브를 키우고, 푸성귀를 밥상에 올리며, 유기견 네 마리에 유기 고양이 한 마리 보살피느라 제주의 짧은 낮은 금방 지나가버린다.

 “막연히 내 노래를 기다려주는 사람에 대한 미안함은 있었지만 그런 이유로 노래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앨범 작업이 시작된 게 제주에서 지내면서 달라진 부분이 아닐까 해요.”

 앨범에 담긴 건 모두 9곡. 6분에 달하는 곡도 있지만 지루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가사는 긍정적이다.

 “먼 곳에서 돌아온 너 잔잔해진 가슴엔/젊음보다 열정보다 빛나는 꿈을 채워/흔들리던 너의 어제를 부끄러워 하진 마/그대로의 너의 모습을 다시 사랑할 순 없는지.”(‘너에게 하고 싶었던 얘기’)

 음악 자체만으로도 치유가 되는 듯한 곡이 앨범 가득이다.

 “마지막 곡을 들을 땐 눈물 한 방울 맺히는 앨범이 됐으면 해요. 제가 느낀 걸 조금이나마 나누고 싶어요. 조근조근 이 음악이 들리고 퍼지길 바랍니다.”

 그는 10월 18, 19일 제주시 청소년야영장 특설무대에서 열리는 ‘JET 페스트’에 오른다. 7집 발매 기념 공연은 11월 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린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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