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범 통고처분법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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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회내무위는 법정형이 5천원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에 해당하는 교통사범에 대해서는 경찰서장의 통고처분만으로 사건을 종결하기로 하는 내용의 교통사범통고처분법률안을 작성하여 전문위원들이 심의하고 있다고한다. 당초에 이와같은 내용의 법률안을 내무부에서 작성하였으나 검찰의 강력한 반대로 이 법안작업이 일단 중단되었는데 다시금 국회내무위에서 전문 6조의 법안을 제안하였다한다.
이 법안의 내용을 보면 5천원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에 해당하는 교통사범에 대해서는 경찰서장이 벌금 또는 과료액을 통고하고 이를 일정한 기일안에 국고은행대리점 또는 우체국에 납부하면 동일사건에 대해서는 다시 소추하지 않기로 하고있다. 지정된 납부기일까지 통고처분을 이행하지않으면 즉결심판에 넘기게 될 것이라한다.
경미한 교통사범에 대하여 경찰서장이 벌금이나 과료를 통고처분하는것은 현행법에는 명백히 위배된다. 현행법을 보면 5천원이하의 벌금이나 구류·과료에 처할 사건은 경찰서장이 즉결심판을 청구하고, 즉결심법관이 범죄사실과 적용법령을 명시하고 피고인은 7일 이내에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을 고지하도록 즉결심판에관한절차법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내무위가 제정하려는 교통사범통고처분법률안은 이에대한 특별법의 성격을 띠게 될 것이나, 법관에 의하지 않으면 처벌되지 않을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볼때 즉결심판을 졸속으로 심판하고 있으며, 인권의 보장은 커녕 오랫동안의 대기시간과 혼잡하고 혼탁한 법정분위기때문에 오히려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기에 경찰서장의 통고처분도 인권옹호라는 대목적을 위해서 볼 때에는 곧 헌법위반이라고 하기는 어렵지 않을까도 생각한다. 경찰서장의 통고처분에 불복이 있는 국민은 곧 정식재판이나 즉결심판을 청구할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어있기에 이를 곧 위헌이라고만은 단정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염려하는 것은 경찰서장의 통고처분이 오히려 검찰의 공소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지 않을까 걱정이다. 검찰은 이 법안이 통과되어 사법경찰관이 통고처분을 하는 경우 정실이 개재되어 정식기소하여야할 중요형사범까지도 통고처분으로 끝내어 일사부재리원칙에 따라 검찰이 기소할 수 없도록 만들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는 것 같다. 간혹 신문에 보도되고 있는 바와같이 경찰이 교통사범을 위하여 피해자에게 화해를 강요하는 것과 같은 일이있기에 형사범인 교통사범을 재정범이나 행정범과 같이 통고처분으로 하는 것은 부적합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를 없애기 위하여 법안은 ①무면허운전사 ②과거에 운전면허취소처분을 받았거나 1년이내에 운전면허정지 처분을 받은 사실이 있는 자 ③사고를낸 당시 취중이었던 자 ④당해 반칙행위로 교통사고를 일으킨 자 ⑤반칙행위를 한 20세 미만의 자는 적용을 하지않도록 배려를 하고있다고 한다.
국회내무위는 이 법안이 제정되는경우 국민의 편익과 경찰의 사무간소화, 법관의 사무량경감등의 장점이있는 반면, 경찰관의 부패가능성, 검찰의 공소권 제한이라는 단점이 있을 것이기에 이 장·단점을 잘 교량하여 국민의 이익을 위하여 국민의 의사를 반영한 법안을 제정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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