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한 우리아빠 찾아주셔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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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어린 4남매와 가정을 버리고 집을 나가버린 무책임한 아빠가 그래도 그리워 어린이날인 5일 한 소녀는 박정희 대통령에게 보낼 편지에 애타는 마음을 가득 담았다.『대통령님! 꼭 우리아빠를 찾아주셔요. 고생만 하시는 우리엄마도 불쌍하고 보리죽이나마 먹고 싶다는 동생들이 가엾어요…』서울 전곡국민학교 5학년8반 진미란양(12)은 즐거워야할 어린이날이 차라리 슬퍼서 이렇게 또박또박 무정한 아빠의 품이나마 그리워 박대통령에게 호소했다.,
아빠가 집을 나간 것은 3년전. 경남 진주의 공사장에서 석공으로 일할때 아빠 진종덕씨 (34)는 하숙집 딸과 눈이 맞아 가정을 버렸다. 집안의 기둥을 잃고 서울 동대문구전롱1동357의5 단간 셋방에 남게된 진양의 엄마 박양래씨(34)는 두 달동안 아빠를 찾으려고 전국의 공사장을 돌아다녔으나 허탕만 치고 그만 몸저 누워 버렸었다.『어린 동생들은 엄마에게 아빠는 어디 갔어? 밥줘 하며 졸라댑니다. 그때마다 저는 눈물만 쏟아져요. 엄마는 아빠를 부르며 저를 안고 그만 울어 버려요. 정말 미운 아빠이지요. 그렇지만 그립기도 한 아빠입니다.』그래서 엄마 박씨는 직업소개소를 찾아 헤매다가 대폿집에 손님시중을 들고 하루 많아야 2백원의「팁」(?)으로 끼니를 이어야만 했다.
『어느 날 엄마는 밤에 나갔다가 밤늦게 돌아와요. 날마다 그랬습니다. 저는 엄마를 또 잃을까 보아 뒤를 따라갔습니다. 엄마가 들어간 곳은 서울 면목동의「처가 집」이란 술집이었습니다. 숨어서 보았습니다. 엄마는 손님곁에 앉아 울고 있었어요. 저는 알았습니다. 그래도 엄마는 우리 4남매를 위해 이런 짓을 한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이 아빠가 없기 때문이라 생각하니 더욱 슬펐어요. 아빠를 찾아 돌려 보내주셔요.』진양의 편지는 이렇게 끝나 있었다. 진양의 맑은 동심에 검은 먹칠을 한 아빠는 어린이날에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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