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정세 2중 악재 … 국제유가 수직상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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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제 유가가 이집트 유혈진압과 리비아 파업이라는 ‘쌍끌이 악재’가 겹치면서 급등했다.

 14일(현지시간) 북해산 브렌트유 9월물은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전날보다 38센트 오른 배럴당 110.2달러에 마감됐다. 브렌트유가 110달러대로 올라선 것은 4월 2일 이후 4개월여 만이다. 브렌트유 10월물도 34센트 상승한 배럴당 108.82달러에 거래됐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유(WTI) 9월 인도분 선물가격은 전날보다 2센트 오른 배럴당 106.85달러에 체결됐다.

 유가는 이날 개장 초 최근 상승에 따른 차익 매물이 나오면서 하락세를 보였으나 이집트 유혈 사태, 미국 원유 재고량 감소 등으로 인해 상승 마감했다.

 이집트 군부가 이날 공권력을 투입해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 지지자에 대한 강제진압에 나서면서 유혈 충돌이 벌어져 500여 명이 목숨을 잃고, 3700여 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집트의 경우 원유 생산량은 하루 70만 배럴로 비중이 크지 않지만 하루에 원유 200만 배럴을 수송하는 수에즈운하와 관련한 우려로 유가가 크게 오르고 있다.

 게다가 원유 수급 상황도 좋지 않다. 미국의 원유 재고 감소로 투기적 수요가 늘고 있는 가운데 리비아 파업사태가 겹쳤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리비아 파업사태로 라스 라누프 유전시설의 가동이 중단되면서 생산이 하루 60만 배럴가량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미국도 캐나다 홍수에 따른 수입 차질과 생산 증가세 둔화로 원유 재고가 크게 줄었다. 미국 에너지국(EIA)은 이날 지난주 원유 재고량이 280만 배럴 감소했다고 밝혔다. 시장 전문가의 예상치(150만 배럴 감소)를 웃도는 수준이다. OPEC은 세계경제 회복으로 글로벌 원유수요가 내년에 하루평균 100만 배럴(1.2%) 늘어난 9080만 배럴가량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손재현 대우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의 경기회복이 가시화될 경우 유가 강세가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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