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창업 초기부터 세계시장 겨냥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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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이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을까마는 그중에서도 창업이란 유독 어려운 일이다. 창업자들의 ‘베스트 프렌드’를 자처하며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중견 벤처캐피털을 이끄는 사람이 있다. 스톰벤처스(Storm Ventures)의 창업자인 남태희(51·사진) 파트너. 그가 미국에서 기업 인수·합병(M&A)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다 2000년 설립한 스톰벤처스는 전 세계 1000여 벤처기업에 총 5억 달러 규모의 벤처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12일 본지와 인터뷰를 한 그는 “한국의 창조경제가 성공하려면 창업기업이 초기부터 세계시장을 겨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와의 일문일답.

 - 벤처캐피털 투자 철학은?

 “벤처 투자는 자식을 키우는 일이다. 창업·성장·상장 등 기업의 발전단계에 따라 다르게 투자를 한다. 돈만 대준다고 아이가 저절로 자랄 수 없는 것처럼 기업에 대한 물질적 지원과 함께 정신적 지원도 중시한다. 창업 과정에서 부딪치는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회사가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 투자할 기업을 고르는 기준이 있을 텐데.

 “우선은 기술이다. 눈에 띄는 아이디어와 독창성이 있어야 한다. 다음은 팀 구성원의 자질이다. 그런데 기술과 자질이 모두 ‘B’인 곳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오히려 하나는 ‘A’이고 다른 것은 ‘C’인 벤처가 더 매력적이다. 우리가 지원해 부족한 부분을 메우면 유망기업으로 키울 수 있다.”

 - 한국 기업은 어떤가.

 “기술과 아이디어는 실리콘밸리에 뒤지지 않는다. 다만 글로벌 비즈니스에 대한 감각이 부족해 해외에서 자리 잡는 데 시간이 걸린다. 내수보다는 창업 초기부터 세계시장을 겨냥해야 한다. 정부에서 벤처를 위한 인큐베이터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투자유치·마케팅 등을 돕는 컨설팅을 지원한다면 창조경제를 견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 한국의 제도 중 개선해야 할 부분은?

 “스톡옵션에 규제가 많다 보니 우수 인재를 유치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 또 세금제도도 벤처캐피털에는 불리하게 돼 있어 투자 유치가 힘들다. 벤처가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M&A의 활성화도 필요하다. ”

 - 향후 계획은?

 “한국 벤처에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현재 컴투스·엠큐브웍스·에어플러그 등에 투자하고 있으며 수익률도 괜찮다. 소프트웨어·모바일 쪽 벤처를 눈여겨보고 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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