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1)카페·테아트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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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연극을 하는행위, 연극을 보는 행위. 이 두행위는 장소가 있음으로써 이루어지는것. 그렇다면 꼭 있어야할 이장소를 마련하는데 가능한 내능력… 좁은 소견은 여기까지가 문제였을뿐 한발짝도 그 앞의 것을 생각못했다.
더우기 그 장소를 마련하는데 굳이 내가 앞장을 서서 아우성을 쳐야만 하는지 스스로 반문해 보지만, 그것이 나의 좁은 소견이-이유가 아닌것을 알 뿐이다.
『빨리 나갈준빌 허지그래』
『응, 그런데 당신은?』
『아, 나도 오늘은 가얄게 아냐.』
『어머나, 그럼 지금 카페에 가실라는 거요? 이 푹푹 찌는 날에 웬 또 세비로야. 게다가 넥타이까지 사람 죽이네요.』
『여보슈. 날 어떻게 보는 거야. 신사가 극장에 연극을 보러가는데. 정장을 해야 할 것 아냐?』
『에유. 참 그러구보니 당신말이 맞구려. 꿈같은 소리지만….』
해야겠다, 안된다, 하게 해 주시오, 못해드리오. 두달이 넘는 승강이 끝에, 어쨌든 오늘은 못하던 연극을 다시 시작하는 날이다.
연극이 끝나 쏟아져 나오는 손님들, 땀 안흘리는 손님이 없다. 냉방장치 하나도 변변하게 주선못하는 내주제에, 깡으로 연극만 하겠다는게 송구스럽기만하다. 하지만 우리들 사이에 오고가는 행복한 대화들.
『수고하셨어요. 참 잘 구경하고 갑니다.』
『정말 더우셨지요. 죄송합니다.』
이래서 힘드는지 알면서도 즐겨하는 것이지….
「아폴로」11호가 달에 간다고 남산꼭대기에 구경꾼을 위해서 「매머드·TV」를 장치해 주는 사람이 있는 반면, 드디어는 「보더·블록」까지 파헤쳐놓고 구경하는 사람도 있는 이 마당에서 「카페·테아트르」운운하는 자신이 한심스럽기만 했던 조금전의 비감은 이통에 싹 가셔지고 좀더 좋은 연극을 할수있고 볼수있게…. 또다시 머리가 가득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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