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혀진 한국의 지위|샌클레멘티정상회담의 의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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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닉슨」행정부가 들어선 뒤부터 그 시기에 관심이 모아졌던 박·「닉슨」정상회담이 오는8월22일「샌클레멘티」섬에서 마침내 실현을 보게되었다.
「닉슨」대통령이「아시아」5개국과「루마니아」순방을 마친후「아시아」국가원수로서 박대통령을 초청했다는 것은 한국의 내외정세에 비추어 또 미국의 대외정책이 전환을 모색하는 이싯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박·「닉슨」회담은 정일권 국무총리와 박충훈 전부총리의 방미때에 그 가능성이 타진 되었으며 이미 4월에 초청의 뜻을 전해오고 그 시기는 박대통령에게 맡겨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쪽이 더 원했던간에 월남전이 종국단계에 접어든 시기인만큼 중요 참전국인 양국원수간의 회담은 벌써부터 예견되었으며 특히 EC121기 추락사건으로 긴장이 고조된 후 한반도의 안보문제협의의 필요성은 두나라 정부가 다같이 절감했음에 틀림없다.
월남참전국 정상회담의 가능성이 오래전부터 논의되었지만 『여럿중의 하나가 아닌 1대1로 만나고 싶다』는 것이 한국측 입장이었고 보면 이번 「샌클레멘티」회담의 실현은 퍽 고무적인 것이다.
「닉슨」대통령은 구아순방을 마친뒤 서독의「키징거」수상을 8월초에 만나며 일본의 좌등수상은 오는11월에 방미토록 예정이 짜여졌다.「샌클레멘티」회담의 의제는 「로저즈」 미국무장관의 방한때 구체화하겠지만 대충 한국의 안보문제, 미국이 모색하는 새「아시아」정책의 방향, 월남전처리 및 중공문제와 관련한 「아시아」전반적 정세검토등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월남전이 끝난후 새로운 분쟁지역으로 지목되고 있는 한국의 군사정세가 가장 중요한 의제가 될 것이며 일부「아시아」국가들이 우려하는 미국의 신고립주의에 대한 적절한 해명과 함께 한국방위를 위한 미정부의 확고한 보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닉슨」대통령의 측근자들이『그가 미국은 태평양의 강대국으로서의 역할을 지켜야 한다는 확신을 갖고있다』고 한 말은 이러한 관측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닉슨」대통령의 「아시아」5개국 순방이『월남전후의 「아시아」정책의 기반을 구상하려는 것』이라면 박대통령과의 회담도 그러한 구상노력의 연장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특히 한국은「아시아」의 집단안보기구창설을 다각도로 타진해왔다. 마침 소련이 중공을 견제하기 위한 광범한 공동기구구성을 모색하고 있다는 관측에 있는 때인 만큼 이번 박·「닉슨」회담에서「아시아」·태평양의 새로운 안보동맹결성이 깊이있게 논의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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