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재현 회장 정조준 … 자택 압수수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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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그룹의 비자금 조성 및 탈세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의 칼날이 CJ그룹 이재현(53) 회장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 이 회장이 수천억원대의 국내외 비자금 조성과 운용을 직접 지시했다는 관련자 진술이 나오고 정기적으로 상황보고를 받은 게 사실로 확인되면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윤대진)는 29일 서울 중구 장충동 이 회장의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사와 수사관 10여 명이 오후 1시50분부터 자택에 진입해 1~4층을 샅샅이 뒤졌다. 이 회장의 에쿠스 승용차도 예외가 아니었다. 검찰은 이 회장의 신체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다. 이 회장이 사용하는 스마트폰 속의 개인 정보들과 수첩 등 소지품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 회장이 현장에 없어 신체 압수수색은 불발에 그쳤다. 신체 압수수색은 이 회장이 압수수색 현장인 자택에 있을 때만 가능해서다.

  검찰은 이날 확보한 회계 자료와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분석,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찾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1일 CJ그룹 본사와 경영연구소 등 5~6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했으나 당시 이 회장 자택은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에 영장이 발부된 것은 혐의 입증이 상당 부분 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CJ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29일 오후 서울 장충동 이재현 CJ그룹 회장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사진기자들이 이 회장 자택을 취재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도쿄 빌딩 매입 과정 추적

이 회장의 해외 비자금 운용 개입 혐의와 관련해 검찰이 주목하는 건 일본 도쿄 아카사카(赤板)의 시가 21억 엔(약 234억원) 상당의 빌딩이다. 검찰은 이 회장이 2007년 이를 차명으로 구입한 뒤 임대소득을 올렸다고 의심하고 있다. 최근 검찰은 CJ그룹 전 일본법인장 A씨가 대주주로 있는 부동산관리회사 ‘팬 재팬(Pan Japan)’이 2007년 1월 신한은행 도쿄지점에서 240억원을 대출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CJ일본법인 소유의 아카사카 소재 또 다른 빌딩을 담보로 해서다.

 검찰은 팬 재팬의 실소유주가 이 회장 일가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 회장이 법인 소유 빌딩을 이용해 A씨 명의로 240억원을 대출받은 뒤, 그 돈으로 21억 엔짜리 빌딩을 사서 차명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 28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신한은행 본점을 압수수색한 것도 빌딩 매입 관련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검찰은 당일 대출심사 서류를 비롯한 기록 일체를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대출금의 변제과정도 의문이다. 팬 재팬은 분할 납부 방식으로 대출금 가운데 25억원가량을 변제했는데 변제 주체가 CJ그룹 일본법인으로 알려진다. 이게 사실로 드러나면 이 회장에게는 배임·횡령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CJ그룹이 이 회장의 비자금 관리인인 신모(57) 홍콩법인장과 성모(47) 재무2팀장에게 다른 임원보다 수십 배의 성과급을 챙겨준 사실도 드러났다. 이게 비자금을 관리해준 대가라는 의혹도 새로 제기됐다. 신 법인장은 2009년 부사장 승진 직후 ‘스톡그랜트(stock grant)’로 CJ㈜ 주식 1만3717주를 받은 뒤 이를 팔아 10억6000여만원을 챙겼다. 성 팀장 역시 2936주의 스톡그랜트를 받아 1억1000여만원을 현금화했다. 스톡그랜트는 무상으로 지급되는 주식으로 처분 기간 내에 언제든지 현금화할 수 있다. 같은 시기 사장으로 진급한 하모씨가 보통주 638주를 받은 것과 비교하면 20배가량의 성과급을 받았다.

 ◆국내외 비자금 5000억 추정

검찰은 5000억원대 비자금 중 1000억원대의 자금 흐름을 집중 수사 중이다. 일단 이 돈이 불법적으로 조성·관리돼 온 단서를 잡고 이 회장 사법처리의 고리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회장의 비자금 조성과 운용, 탈세 행위의 골격은 어느 정도 파악이 끝났다”고 밝혔다. 검찰은 다음 달 초 이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 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수사 초기 본류(本流)라고 밝혔던 조세포탈 혐의와 관련해서는 상당 부분 증거를 확보했다. 또 해외 비자금을 국내로 들여와 주식과 채권·부동산 등에 투자해 수익을 올렸고 이 과정에서 주가조작, 시세조종을 한 정황도 포착했다.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해외 비자금을 운용한 부분은 재산국외도피죄로, 회사 돈을 개인적으로 쓴 부분은 배임·횡령죄로 처벌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장정훈·이동현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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