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북, 특사로 도발 어물쩍 넘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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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최용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특사로 중국에 파견해 대화 제의를 한 이후 중국은 일단 6자회담을 위한 분위기를 띄우고 있는 모습이다. 중국 관영 중앙TV(CC-TV)는 25일 6자회담의 시작과 중단 배경을 자세히 전하고 앞으로 효율적인 회담이 되기 위한 각국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북한이 회담 복귀의사를 밝힘에 따라 중국 주도로 회담을 재개해야 한다는 의미다. 인민일보(人民日報)도 이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6자회담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 발언을 자세히 전하고 회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북한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야 하며 행동이 없을 경우 북한에 대한 제재도 해야 한다”며 북한의 진정성 있는 대화와 행동을 촉구했다.

 미국은 대체로 냉담한 반응이다. 패트릭 벤트렐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23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한두 가지 일로는 충분치 않다”며 “북한은 비핵화를 위해 실질적이고 가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미국 언론들도 마찬가지다. 뉴욕타임스(NYT)는 25일 기사에서 “북한이 특사를 중국에 파견해 그동안 해온 도발에 대해 어물쩍 넘어가고 있다”며 “근본적인 정책의 변화가 없는 만큼 6자회담이 조기에 재개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최용해가 중국을 방문한 데 대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6월 초 미·중 회담을 열기로 하자 북한이 당황한 것 같다”며 “6월 하순으로 잡힌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도 북한을 불안하게 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NYT는 “최용해의 방문으로 중국이 식량 등 인도적 지원을 약간 늘릴 수는 있겠지만 북·중 관계가 회복되진 못할 것”이라며 “비핵화 없이는 중국도 김정은의 방중을 환영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도 “북한이 기존의 입장과 노선을 변경할 가능성에 대해선 여전히 회의적”이라고 전했다. CNN은 “최 총정치국장이 비핵화나 6자회담 참여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며 “미국과 한국이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원하고 있는 만큼 6자회담이 단기간에 재개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도 최 총정치국장의 중국 방문을 일종의 전술적 변화라고 평가절하했다. 맨스필드재단의 고든 플레이크 소장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 중국의 입장을 무시해온 북한이 뒤늦게 중국 눈치를 보고 있다”며 “한반도 비핵화가 미국과 중국의 일치된 입장인 만큼 어떤 형태로든 북한의 입장이 변하지 않는 한 6자회담 재개는 요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왕판(王帆) 중국외교학원 교수는 “6자회담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인센티브와 (합의사항을 실천하지 않을 경우) 제재를 가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야 하며 이를 중국이 주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워싱턴=최형규·박승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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