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 동창들, 아이스하키 열정·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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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을 마친 아이스하키 팀원들. 이날 연습에는 일부 회원들의 아들·조카도 참가했다.

“반대! 이쪽으로!”

 지난 17일 오전 서울 월계동 광운대 아이스링크. 퍽(아이스하키 경기에 사용하는 공)을 쫓아 선수 둘이 몸싸움을 벌였다. ‘셰에엑….’ 스케이트날이 빙판을 가는 소리와 함께 한 선수가 뒹굴었다. 상대팀의 역습에 한 골을 먹은 팀원들은 고개를 떨궜다.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이 헬멧을 벗었다. 선수들 머리가 희끗희끗했다. “시합이 끝나고 보호장비를 벗으면 저희 나이가 많아 모두들 깜짝 놀라더라고요.”

 이날 뛴 선수들의 나이는 59~61세. 중동고 67회(1974년 졸업) 동창생들이 6년 전 모여 만든 팀이다. 그때부터 매주 한두 차례씩 꼬박꼬박 연습과 경기를 병행했다. 처음엔 기초가 없어 스케이트 타는 법부터 배워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20~30대 젊은 팀과 경기할 정도로 기량이 향상됐단다. 처음엔 함께 연습하던 부인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는 것도 실력이 올라가면서 연습·경기가 거칠어져서다.

 코치 역을 맡으며 사실상 팀을 이끌고 있는 이는 송중현(59·여의도고 체육교사)씨. 그의 부친 송영대씨는 60년대 중동고 체육교사로 근무하며 국내 최초의 고교 아이스하키팀을 만든 이다. 송중현씨는 그 아버지 아래서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아이스하키를 배웠다. 팀을 꾸려나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고등학교 다닐 땐 경기를 보며 응원만 했죠. 다들 아쉬운 마음들이 남았나 봐요. 6년 전에 우리도 한 번 해보자고 해서 모였습니다. 거친 운동이라 다치기도 하지만 몇 개월 쉰 뒤 또 나와요. 골프를 접은 친구들도 있답니다.”

 송씨의 말대로 팀원들은 즐기던 골프도 접고 아이스하키에만 매달릴 정도로 열정적이다. 조건상(59·보험업)씨는 2008년 연습 도중 다리가 부러져 6개월 간 깁스를 했다. 몸 생각을 해 안전한 운동을 할 법도 하지만 조씨는 깁스를 풀자마자 다시 스케이트를 신었다. 이날 링크를 찾은 김정길(60·사업)씨도 무릎을 다쳐 연습에 참가할 수 없었지만 친구들을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장년에 시작한 아이스하키에 푹 빠진 거다.

 이들은 65세가 되는 2018년까진 계속 얼음판에 서기로 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봉사요원으로 참가하는 게 팀원들의 목표다. 모임 회장을 맡고 있는 이범식(60·사업)씨는 “분당 같은 곳은 링크가 부족해 새벽 1시까지 경기를 하기도 한다. 아이스링크가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한영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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