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숟갈 떡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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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설날에 떡국을 먹는다는 것은 내게있어 큰 즐거움이었다. 아마 그 맛은 우리겨례 고유의 맛이며 우리민족의 맛을 대변할지도 모른다. 설날이면 으례 맛보던 나의 떡국 맛에 하마터면 공간(?)이 생길 뻔했다. 4년전 푸른제복을 입고 훈련을 받던 때였다. 그날도 설날이었다. 훈련병신세에 떡국을 먹겠다고 외출을 신청하지도 못하고 쓸쓸한 영내에서 옛날의 떡국맛을 되새기며 군침만 삼키고는 잠자리에 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피곤한 몸이 잦아들듯 잠든 몸을 누가 흔들어 깨웠다. 선임하사였다.
『이것 먹어라. 오늘 외출나갔다가 떡국타령하던 네가 생각나서 조금 가져왔다. 어서 받어.』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비닐」봉지에싼 반그릇정도의 따스한 온기가 채 가시지않은 떡국을 받아 쥐고는 저절로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가슴이 메어 한동안 말문이 막혔다.
○…『아직 안자는 애들이 있으면 일어나서 이 떡국을 같이먹자. 』 나는 큰 소리로 말했다. 7, 8명 모였다. 우리는 각자휴대하고 온「스푼」으로 한번씩 입에 집어넣었다. 아쉬운 맛이 떡국맛과 맞섰다. 그래도 흐뭇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어갈수가 있었다. 그때 먹었던 그 한「스푼」의 떡국맛, 잊을수가 없다.

<우용수·25·서울용산구 한남동 649 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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