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이익 제공도 뇌물 해당” ‘성추문 검사’징역 2년 선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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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피의자와 성관계를 한 혐의로 기소된 ‘성추문 검사’가 실형 선고와 동시에 법정 구속됐다. 법원은 성관계도 뇌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부장판사 조용현)는 12일 절도 혐의로 입건된 피의자 윤모(43·여)씨와 수차례 부적절한 성관계를 맺은 혐의(뇌물수수 등)로 불구속 기소된 전모(31) 전 검사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검사로서의 지위와 기본 책무에 비춰볼 때 상상할 수 없는 범죄를 저질렀다”며 “이로 인해 검찰의 사기가 땅에 떨어졌고,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해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성관계를 뇌물로 볼 수 있느냐’였다. 재판부는 “뇌물은 돈·물품 같은 재산적 이익뿐 아니라 사람의 수요와 욕망을 만족시키는 일체의 유·무형 이익을 포함한다”며 “성행위를 통해 성적 이익을 제공한 것도 뇌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성관계의 대가성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수사 주임검사인 피고인과 피의자인 윤씨가 절도죄의 유리한 처리 방향에 대해 문답을 나눴다”며 “피고인이 사건 수사에 직접적인 권한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직무 관련 대가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성관계를 뇌물로 판단한 대법원 판례는 아직 없다. 다만 ▶수사 편의 제공 명목으로 여성 피의자와 성관계를 맺은 경찰관 ▶공매 처분과 관련해 세금 체납자와 성관계를 맺은 공무원 등에 대해 1~2심 법원이 유죄판결을 내린 사례는 있다. 재판부는 “일본·미국·독일에서도 성관계를 뇌물로 본 판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뇌물수수 사건은 ‘받은 사람’과 ‘준 사람’ 모두 처벌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뇌물 공여자’인 윤씨도 처벌 대상이다. 하지만 검찰이 윤씨를 기소하지 않아 뇌물공여죄에 대한 판단은 이뤄지지 않았다. 윤씨는 수사단계에서 ‘성폭행 피해자’라고 주장했고, 전씨와 합의했다. 피해자인 윤씨가 고소를 하지 않아 성폭행 혐의로는 처벌이 불가능하자 검찰은 전씨에게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이 때문에 무리한 기소라는 지적도 나왔다.

 재판부는 뇌물수수 액수에 따라 형량을 정하는 일반 뇌물수수 사건과 달리 이번 사건은 양형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봤다. 재판부는 “성적 이익은 금전으로 환산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검사실이 아닌 곳으로 피의자를 부른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에 대해선 “피고인이 적극적으로 만나기 원했기 때문에 직권남용이라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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