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 금리 · 미주가 영향 '별로' 증시체력 업그레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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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의 기초체력이 부쩍 강해졌다.

그동안 증시는 환율.금리.미국주가 등 국내외 경제 변수들의 움직임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예컨대 엔화가치의 하락과 금리의 상승, 나스닥주가 하락 등은 국내 증시에 악재로 통했다. 하지만 올들어 이런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지만 주가는 아랑곳없이 줄기차게 오르고 있다.

이들 변수와 국내 주가 사이의 상관관계가 뚝 떨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이들 경제 변수를 활용해 주식을 매매하는 정석 투자자들이 요즘 곤욕을 치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 97년말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성과 등으로 인해 한국 경제와 기업들이 새로운 잣대로 평가받기 시작했다"고 분석한다.

◇ 엔화가치와 주가=올해 한국 증시를 압박할 최대 복병으로 꼽혔던 게 엔화약세였다. 그도 그럴 것이 과거 국내 주가와 엔화 가치의 흐름을 보면 거의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엔화가치가 떨어지면 국내 주가도 맥을 추지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올들어 이런 경향이 거의 사라졌다. 최근 엔화가치는 달러당 1백35엔 근처까지 급락했지만 주가는 연일 뛰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증권 김승식 연구위원은 "한국의 수출 주력 업종인 전자.자동차.조선 등이 IMF(국제통화기금)체제를 거치면서 일본 제품에 대해 가격과 품질 경쟁력을 크게 높인 결과로 본다"며 "특히 일본 기업들이 철수한 D램 반도체의 경우 일본과의 경쟁관계가 거의 사라졌다"고 풀이했다.

그는 "앞으로 증시의 관심은 일본 엔화 보다는 중국 위안화 움직임에 모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금리와 주가=일반적으로 금리가 오르면 기업들의 수익성이 나빠지는 데다 주식투자 자금이 채권시장이나 은행 등으로 빠져나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6%대로 떨어졌던 회사채 금리는 올들어 다시 7%대로 오르고, 은행들의 예금금리도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주가는 끄떡없다.

교보증권 김정표 책임연구원은 "기업들의 자기자본이익률(ROE)과 회사채금리를 비교해 보면 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즉 기업들이 장사밑천에 비해 얼마나 수익을 올리는지 보여주는 ROE가, 기업들이 돈을 꿀 때 지불하는 회사채금리를 웃도는 현상이 증시 사상 처음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 뉴욕주가와 국내주가=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나스닥지수와 국내 증시의 상관관계는 0.6(1일 경우 완전일치)이었으나 올들어 0.3 정도로 낮아졌다.

키움닷컴증권 안동원 이사는 "저평가돼 있는 한국 주가가 제 자리를 잡아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예컨대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순이익이 미국의 인텔보다 1.7배나 많은데도 불구하고 시가총액은 인텔의 15.5%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김광기 기자 kikw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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